[경기칼럼]주택가격과 헤라클레스의 사과
[경기칼럼]주택가격과 헤라클레스의 사과
  • 경기신문
  • 승인 2018.02.11 18:31
  • 댓글 0
  • 전자신문  16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용환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그리스 신화의 영웅 헤라클레스가 어느 날 길을 가다가 길에 놓여있는 조그마한 사과를 발견했다. 하찮은 사과가 영웅인 자기의 길을 막는 것이 불쾌하여 발로 툭 찼다. 그런데 그 사과는 길 밖으로 사라지지 않고 더 크게 변하여 그 자리에 있었다. 화가 난 헤라클레스는 사과를 없애려고 가지고 있는 방망이로 때렸음에도 사과는 더 커져서 이제는 길을 막아버렸다. 헤라클레스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커져버린 사과와 씨름하고 있을 때 아테네 여신이 나타나서 사과에게 다정하게 노래를 부르면서 어루만져주었다. 그러자 사과는 본래의 모습으로 작아졌다. 그리고 헤라클레스에게 이 사과는 ‘화’라는 사과인데 자꾸 화를 돋우면 점점 커져서 나중에는 감당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타일렀다. 이 이야기는 이솝의 우화에 있는 내용인데 우리나라의 주택가격, 특히 서울 강남 주택가격이 ‘화가 난 사과’와 같다. 정부가 주택가격을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주택가격은 ‘화’가 나서 문제가 더 커지는 것이다.

주택가격을 화가 나게 만드는 것이 정부의 주택에 대한 과도한 참견이다. 주택은 의식주의 하나로 인간생활의 필수품이다.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매력적인 정책대상이다. 그러니 역대 정부들이 우선적으로 손을 대는 것이 주택가격이었다. 때로는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 논리를 들이대면서 도시계획의 변경과 같은 특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주택경기를 부양하기도 하였으며, 지역개발을 약속하면서 전 국토가 주택건설의 공사판이 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국토건설에 투자된 대부분의 돈은 다시 서울 강남 등 목 좋은 주택구입자금으로 둔갑하여 주택가격을 화나게 하는 것이다. 동시에 지방에서는 미분양이 속출하고 주택가치의 박탈감으로 속상해 한다. 그러면 정부는 화난 주택가격이 문제라며 갑자기 투기단속을 한다고 세무조사에 보유세, 거래세 및 양도세 대폭인상도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에 주택구입이 학군과 밀접한 관계라 하여 특목고 등 학교배정을 비롯한 교육정책도 수시로 변경한다. 이와 같이 정부는 주택경기를 부양하기도 하고 다양한 가격 규제 정책을 남발하면서 주택가격을 화가 나게 만들어 온 것이 지난 수십년 동안 반복되어온 현실이다.

아테네 여신이 ‘화가 난 사과’를 달래는 것처럼 우리도 주택가격을 화가 나지 않도록 달래야 한다. 정부는 주택가격을 가지고 세간의 관심을 끌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양극화를 강조하면서 국민을 자극하는 것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주택가격에 참견하고자 한다면 저소득층의 주거복지에 국한하여야 한다. 서울 도심의 부동산 개발과 저소득층의 주거복지 정책과 섞이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요즈음 강남 주택가격은 주택의 수요나 주거복지 향상을 위한 것보다는 자산가들의 부동산 고수익을 노린 투자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주택시장을 지역에 국한되도록 하여야 한다. 주택은 지역에 한정되어 움직이지 않는 부동산으로 일반적으로 이동이 자유로운 상품과 차이가 있다. 즉, 시장이 지역에 한정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의 강남 주택시장은 전국적이다. 전국적으로 개인이나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금이 강남주택시장으로 집중하게 되면 가격이 폭등하지 않고 배겨날 수 없다. 반면에 지방 주택시장은 붕괴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와 같이 전국화된 강남 주택 투자는 진정한 주택수요가 아니다.

역설적으로 주택가격에 관해서는 정부가 무대응을 하면 물가상승률 정도로 주택가격이 얌전해 질 것이다. 즉, 정부 주택정책이 일관성이 있고 장기적이어야 한다. 시민들은 주택가격이 갑자기 상승하는 것도 하락하는 것도 감내하기 어렵다. 주택의 품질과 가격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이 바람직하다. 이러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주택의 품질향상 계획이 필요하다. 신축, 재건축, 리모델링의 장기계획과 집행을 유지하여야 한다. 정권에 따라 주택정책이 조변석개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모든 시민이 예측하고 이에 따라 행동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주택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지역적이어야 한다. 주택의 수요와 공급이 전국화 되면 주택은 더 이상 거주를 위한 주택이 아니라 자산축적을 위한 상품의 기능이 더 커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특정지역의 주택가격의 상승이 두드러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분권화된 지역적 장기주거계획과 집행이 강남의 화난 주택가격과 지역의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