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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북한의 생존 전략인 남북정상회담

 

 

 

김여정이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했다. 조건도 없었다. 여기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켜 나가자”고 답했다. 이는 아직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즉답을 할 때는 아니라는 뜻으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잘한 대응이었다. 북한의 이런 제안을 덥석 받았다가는 우리 스텝이 완전히 꼬일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분명히 알아야 할 포인트가 있다. 우선 작금의 한반도 위기는 남북관계가 경색되거나 북한의 우리에 대한 도발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의 한반도 위기는 남북관계에서 파생된 것이 아닌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야기된 북한 대 국제사회의 긴장 때문에 발생했다. 만일 지금의 위기가 남북관계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면 남북 정상회담이나 지금과 같은 북한 인사들의 방문에 한반도 위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국제사회 대 북한의 대결 때문에 한반도의 위기가 발생한 것이라면, 우리도 당사자이지만 미국이나 다른 서방 국가들도 당사자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남북 화해 분위기가 한반도 위기를 오히려 증폭시키거나 우리의 입지를 더욱 축소시킬 수도 있다.

물론 우리의 이른 바 ‘중재 외교’가 빛을 발휘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하지만 지난 올림픽 개막 리셉션에서 보여준 미국과 일본의 태도는 이런 우리의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내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임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북한의 전술에 말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북한은 국제 사회의 제재 대열에 균열을 만들려고 하고 있고, 그러기 위해 가장 손쉬운 상대로 우리를 고른 것 같다. 즉, 북한은 ‘우리민족끼리의 민족 공조’와 한미동맹을 우리가 택일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한미동맹은 물론이고 한미일 공조에 구멍을 내, 이를 통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숨구멍을 확보함과 동시에 완성된 핵무기를 실을 ICBM 완성을 위한 시간 벌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북한은 이번 올림픽에 선수단 규모의 열배가 넘는 수의 응원단과 예술단을 보내 우리 국내의 대북 여론을 호전시키려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분명히 알아야 할 포인트는 지금 남북 정상회담을 받아들인다면 북한의 핵 보유를 우리가 나서서 인정해주는 꼴이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내에서의 힘의 불균형을 우리 스스로가 받아들이는 꼴이 돼, 남북관계에 있어서 우리의 입지를 더욱 축소시킬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세 번째 분명히 알아야 할 점은 평창 이후에 있을 예정인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연기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지금 현재 북한은 조건을 내걸지 않고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을 제안했다고 하지만, ‘무조건’은 절대 아닐 것이라는 점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 양국이 예정대로 합동군사훈련을 할 경우, 북한은 분명히 이를 빌미로 한반도의 위기를 조성하며 그 책임을 우리 측에 돌릴 것이기 때문이다. 즉, 자신들은 모든 걸 양보해 문재인 대통령도 초청하고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예술단을 보냈는데, 우리 정부가 미국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자신들의 이런 노력을 짓밟았으니 자신들이 도발을 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 것이라는 말이다. 만일 여기서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한미 연합 훈련을 연기하자고 주장하는 측이 있다면, 이는 철저히 북한의 전략에 놀아나는 꼴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한미 연합 훈련을 연기해서 남북관계가 좋아진다 하더라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한반도의 위기는 그대로일 것이고 미국과 일본은 우리에 대해 가져왔던 신뢰의 상당 부분을 거두어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게 되면 국제사화에서의 우리의 입장이 상당히 곤란해질 수 있을 것이다.

현 상황에서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진정으로 바라지 않는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북핵 문제를 자국의 생존에 관한 문제라고 여기는 미국의 신뢰를 얻어 우리의 입장을 미국의 행동에 최대한 반영하도록 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섣부른 남북화해는 오히려 한반도의 위기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외교는 이익의 각국의 이익의 공유점을 찾는 과정이다. 그래서 설득을 통한 문제해결을 바라는 것은 외교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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