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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페미니즘 교육 의무화’는 성인교육에서부터

 

미국의 영화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Harvey Weinstein)의 성추행 사건으로 촉발된 여배우들의 폭로와 미투(ME TOO)운동이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에도 연일 성추행 사건이 드러나고 있다.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 문단 내 성추행 사건을 수면 위로 드러낸 최영미 시인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사례의 공통점은 하비 와인스타인이 여성들을 희롱한 사실이 30여 년 만에 밝혀진 것과 같이 검찰과 문단 내에서도 수년 간 알만 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던 공공연한 사실이 묵인되었다는 점이다.

필자의 지인도 7년 전 기간제 교사로 활동하면서 15년 이상 경력의 남교사로부터 “너를 보면 야한 생각이 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또 다른 지인은 2년 전, 집 앞 카페에 찾아온 남자 원장으로부터 “아내를 사랑하지만 너도 사랑해, 나 돈 많으니까 내 옆에만 있어주면 행복하게 살게 해줄게”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더욱 무서운 기억은 그런 연락을 전해들은 필자도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초·중·고 학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21만여 명의 지지를 받아 청와대의 공식 답변의 대상이 됐다. 청원 내용은 “아직 판단이 무분별한 어린학생들이 학교에서 여성비하적 요소가 들어있는 단어들을 아무렇지 않게 장난을 치며 사용합니다. 선생님들께 말씀드려도 제지가 잘 되지 않고 아이들 또한 심각성을 모릅니다. (중략) 이에 아이들이 양성평등을 제대로 알고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야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선 주기적으로 페미니즘 교육을 실시하고 학생뿐만 아닌 선생님들까지도 배우는 제도가 있었음 합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에 대한 논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청원 내용을 살펴보면 아이들의 언어 사용 문제점과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학교 교육의 문제로 보여진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단순히 교육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즉 교육의 대상은 학생이기 때문에 실패해도 되는 실험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며, 사회문제의 해결을 학교에 요구하는 것은 학교 운영에 과부하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페미니즘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에 걸쳐 성평등을 실현하고 정의 하는데 목적을 두는 운동(Movement)으로 정의되듯 성 차별을 없애고 사회에서 소외된 여성의 권리와 정체성 등에 관한 대중적 논의의 움직임이다. 즉 교육을 통해 해결하기 전에 사회 전반적인 접근에 대한 움직임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 내용을 지지하는 21만 여명이 표현하고자 하는 페미니즘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미투 운동과 함께 여성에 의한 운동이 아닌, 여성을 위한 우리의 운동(Movement)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페미니즘 운동(Movement)이 올바르게 논의되고 확산되기 위해서는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는 시기상조다. 페미니즘 교육에 대해서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학교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가 시행된다면, 학생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올바른 인식보다는 잘못된 인식과 가치관이 형성될 우려가 크다. 따라서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는 학교가 아닌 성인교육의 측면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성추행 사건이 일어나고도 묵인하는 어른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문제를 문제로 바로 볼 수 있으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올바른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른은 아이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어른의 행동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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