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경기시론]올림픽과 엘리트 체육의 한계

 

스켈레톤에서 윤성빈 선수가 금메달을 따기 전에는 봅슬레이, 루지, 스켈레톤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윤선수의 선전은 기뻐할 일이지만, 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거나 올림픽이 끝난 후 곧바로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에 슬라이딩 종목이 들어온 것은 1980년대 후반이었고, 1999년에야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에 가입하였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 남자 경기에 처음 나갔다. 이후 윤성빈이 2014년 12월 열린 월드컵 2차 대회에서 최초로 동메달을 땄다. 이후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16위, 2015년 1월 월드컵대회에서 은메달, 그리고 2016년 2월 월드컵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였다. 아시아 최초의 일이다. 2016~2017시즌 월드컵에 8차례 출전하여 세계 랭킹 2위에 올랐고, 2017~2018시즌에는 스켈레톤의 ‘우사인 볼트’라는 마틴 두쿠르스를 제치고 랭킹 1위에 올랐다. 마침내 평창에서 올림픽챔피언이 되었지만, 6년 전까지만 해도 스켈레톤이 뭔지도 몰랐고 체육학과 진학을 준비하던 평범한 고교생이었다.



엘리트 체육의 공은 인정되지만 이제 이를 넘어서야

2002년 월드컵 축구 4강은 단순히 홈그라운드 덕은 아니다. 히딩크 감독 부임 후 1년 반 가량 국가대표를 소집하여 강도 높은 훈련과 평가전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당시 국가대표의 저변인 K리그의 뒷받침은 적었고, 그 이후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반면에 이제 장기간 국가대표 훈련은 곤란해졌다. 그러니 좋은 성적이 나올 리 없다. 생활체육의 활성화와 저변확대 없는 엘리트 체육의 한계다. 이런 엘리트 체육의 시발점은 1988년 서울올림픽이 아닐까 한다. 물론 당시는 군부독재 시절이었고 이른바 우민화 정책의 일환이라는 비난도 많았다. 어쨌든 일단 유치한 올림픽의 흥행을 위해서 어느 정도 이상의 성적이 필요했다. 그래서 체육연금을 도입하는 등 엘리트 체육에 힘쓴 결과 금 12, 은 10, 동 11개로 서독을 제치고 소련, 동독, 미국에 이어 4위에 오를 수 있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최초로 금메달을 딴 우리가 단기간에 그런 성적을 낸 것은 엘리트 체육의 공이다. 하지만 엘리트 체육은 ‘선택과 집중’이 필수다. 하계종목은 양궁과 투기종목, 동계종목은 쇼트트랙 등에 집중하였다. 전략종목에서 배제된 종목은 정책적 지원은 물론 관심조차 받기 힘들었다.



생활체육의 활성화로 선수저변의 확대가 미래성적을 보장

이용 봅슬레이 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은 “3~4년전만 해도 불모지 타이틀을 항상 달고 살았다. 2011년 총감독 맡았을 때는 나하고 코치 한 명 있었는데 매년 성적이 나면서 기업에서 스폰서도 들어오고 대한체육회와 정부의 도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국내코치 10명에 외국인코치 7명이다. 세계에 16개밖에 없는 썰매 공식 경기장도 갖췄고, 여름에도 훈련할 수 있는 실내 스타트 훈련장도 생겼다. 하지만 시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의 금메달로 생긴 ‘김연아 키즈’가 8년이 흐른 지금 한국 피겨를 대표하듯이, 이제 ‘윤성빈 키즈’가 생겨서 스켈레톤의 저변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재작년 기준 우리나라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등록 선수는 합쳐서 84명에 불과하다. 스켈레톤은 고사하고 쇼트트랙이나 컬링, 아이스하키 등을 일반인들이 즐기는 것을 보기는 어렵다. 엘리트 체육은 붐을 조성하는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엘리트 선수 몇 명에 집중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비용은 덜 든다. 하지만 달콤한 메달 숫자만 추구한다면 옛 소련과 소치올림픽에서 국가 주도로 도핑 스캔들을 일으켜 이번에 출전이 금지된 러시아와 다를 바 없다. 전에는 우리 선수 중 은메달을 따면 아쉬워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이 많았다. 엘리트 체육은 투자이고 투자는 성적이 결과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생활체육이 활성화되고, 그 중에서 뽑혀 나왔다면 다르다. 생활체육은 운동 자체를 즐기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건강과 행복한 여가생활이 목적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진국이 생활체육을 중시한다. 학교운동장이 줄어들고, 체육수업이 줄고, 그나마 있는 체육시간에조차 수능준비를 해야 하는 우리 교육현장을 보면 우리 선수가 메달을 땄다고 좋아하는 것이 부끄럽기만 하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