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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졸업을, 규정된 교과나 학업을 마친다는 뜻으로 대부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는 다르다. 졸업을 ‘새로운 시작’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해서 졸업식을 뜻하는 단어도 ‘graduation’ 보다는 ‘시작, 개시’의 의미를 지닌 ‘commencement’를 보편적으로 사용한다.

졸업식의 백미인 축사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주로 설파 한다. 특히 대학 졸업식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캠퍼스의 ‘마지막 수업’ 답게 유명 인사들의 경험이 담긴 명연설이 많고 일반인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졸업시즌이면 유명대학 졸업식 축사가 해마다 세계 언론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인생의 출발선을 강조하는 졸업식 축사를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는 단 두 문장으로 마쳐 지금도 회자 된다. 옥스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강조한 “포기하지 말라!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말이 그것이다. 이 명재상의 촌철살인적 연설은 어떤 긴 축사보다 더 강한 인상을 남기며 지금까지 전설로 전해온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졸업 축사를 하는 대부분의 명사는 이처럼 꿈과 도전의식을 강조한다. 졸업 후 맞닥뜨릴 현실이 그만큼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의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도 마찬가지다. “계속 갈망하라” 죽음을 앞둔 암투병 환자가 “아직도 배고프다”며 바보처럼 꿈을 향해 나아가라고 해 졸업생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울림을 줬다.

냉혹한 현실에 도전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주제도 졸업 축사의 단골 메뉴다. 오프라 윈프리는 2008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실패할 때 옳은 질문을 하세요.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아닌, ‘이것이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주는가’ 라 고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2013년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당신의 유니폼이 더러워지지 않았다면 게임을 제대로 뛰지 않은 것”이라며 실패를 가르치기도 했다. 대학 졸업시즌이 다가왔다. 하지만 우리의 축사는 어느 틈 엔가 ‘졸업 위로사’가 되어 버렸다. 위로를 강조하는 축사가 많아서다. 재능과 야망을 품어줄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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