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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이 지났다. 더러는 자신들만의 시간을 위하여 여행을 떠나기도 했겠지만 대부분은 고향이나 부모형제를 찾았다. 도로를 꽉 매운 차량행렬로 고생도 했지만 오랜만에 가족이나 친지를 찾아 떠나는 마음은 설렘과 기쁨으로 가득 찼을 것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명절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응답이 꽤 많았다고 한다. 제수준비하고 음식 만들어 대접하다보면 명절 내내 주방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특히 대가족에 장손이거나 어르신이 계신 집은 친지들이나 주변마을에서 세배하러 오는 사람들 대접하고 뒤치다꺼리하다보면 지칠 만도 하다.

우리 친정도 팔남매의 형제자매가 있다. 팔남매가 보이면 시끌벅적 대단하다. 특히 여자형제들이 많다보니 수다도 많고 웃음도 많다. 이번 설날에는 어머니께 감사패를 드렸다. 어머니는 여자로서 당신의 삶보다는 아내와 엄마의 자리를 지키며 꿋꿋하게 살아오신 분이다.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첫 아들을 6·25에 전쟁에 잃고 내리 딸만 낳다보니 손 귀한 집에 대 끊는다며 여자로서 감내하기 어려운 시집살이를 겪으셨다. 팔남매 키우면서 어려운 살림을 일구고 자식들에게 바로 사는 법을 몸으로 일깨워 주신 어머니다.

갖은 고생 끝에 먹고 살만해지니 아버지가 병을 얻었다. 암으로 긴 세월 투병하는 동안 지극정성으로 아버지를 보살폈고 오십대 젊은 나이에 어머니는 혼자가 되셨지만 자식들 앞에서 눈물 한 방울 탄식 한번 크게 내지 않은 당당한 분이다.

집안에 경사가 있을 때면 ‘네 아버지가 살아서 이런 기쁨을 함께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하며 아버지를 그리워하던 어머니, 팔남매 출가 다 시키고 팔십이 넘도록 단정하시던 분도 세월 앞에서는 조금씩 무너지는 모습이 안타깝다.

사는 일에 급급하여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이고 무엇을 하며 살아야하는가도 따질 틈 없이 그저 자식들 굶기지 않고 교육시키고 집안 건사하다보니 이제 죽을 날만 남았다는 어머니의 삶을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뭔가 기쁨을 드리고 싶었다.

팔남매의 뜻을 모아 어머니께 감사패를 드리기로 했다. 사랑한다는 말 한 번 제대로 못했지만, 잘 키워주셔서 고맙다는 말 쑥스러워 못했지만 이제는 모두가 한목소리로 어머니의 희생과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 자식들 고생만 시켰지 무슨 자격으로 이런 걸 받느냐고 거절하시는 어머니 눈가에 맺히던 눈물을 평생 기억하게 될 것이다.

자식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당신의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숭고했는지 말없는 묵묵한 가르치심이 자식들 삶에 얼마나 밝은 등불이 되었는지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셨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어머니가 몇 번의 설날을 우리와 함께 보내게 될지는 모르지만 하루하루가 소중히 느껴진다. 세상 어머니들의 삶은 희생과 노력과 눈물이다. 그 눈물을 받아먹으며 우리도 어머니가 되고 우리 뒤를 따를 후세의 어머니들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가족이란 그런 것이다. 함께 웃고 함께 울고 함께 나누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믿음이 되고 기쁨이 되는 것이다. 나의 수고로 가족 중 누군가의 짐을 덜어주고 나의 배려로 형제간의 우애가 돈독해지는 것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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