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친전
/이기범
노랗게
산수유꽃 피고
땅이
한 뼘씩 우쩍이는 밤
수리산 비탈에 선
진달래꽃 사이로
꽃샘추위를 밀어내는
바람이 분다
해가 뜰 무렵
해가 질 무렵
만날 사람
헤어질 사람
가슴 헤집는
아침 웃음이
쑥을 뜯듯
겨울 한쪽 뒤퉁이를
뜯고
봄 편지로 왔다
- 이기범 시집 ‘청설모와 놀다’ 중에서
겨울이 막바지에 이르면 늘 ‘올 겨울은 유난히 긴 걸’ 하게 된다. 추위가 길었든 짧았든, 그렇게 해마다 봄은 멀게 느껴진다. 산수유꽃이 핀 후에도 한두 차례의 꽃샘추위에 몸이 얼고, 하필 그럴 때마다, 만날 사람에 대한 그리움보다는 불쑥, 헤어질 사람에 대한 속상함으로 마음이 다시 얼어붙고 만다. 특히 지난 몇 년간은 안으로나 밖으로나 몸으로나 마음으로나 봄은 더디게 온 것만 같다. ‘가슴 헤집는 아침 웃음’, 저릿저릿하게 가슴 설레는 봄의 아침을 맞아본 적이 언제던가. 올해에는 기다리던 편지처럼 ‘한 뼘씩 우쩍이며’ 기필코, 봄이 와야 한다.
/김명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