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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사람과 사람의 ‘사이’

 

몇년 전 교토아트센터라는 곳에서 깊은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 있어 배려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느낀 경험이 있다. 이곳은 젊은 예술가의 육성을 위한 지원과 문화 예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교토 시민들과 예술가들에게 전하는 메신저로서의 역할 그리고 국내외 예술가들의 교류, 시민과 예술가들과의 교류를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교토아트센터가 위치한 곳은 1869년 설립된 옛 메이린(明倫) 초등학교 자리이다. 1996년 학생 수의 감소로 운영이 어려워지자 검토 끝에 지역문화거점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교토아트센터를 설립하게 되었다. 학교 건물은 음악, 미술 등의 시설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건물을 유지하면서 예술가들의 예술활동에 편리하게 개보수하여 사용하고 있다.

각 교실은 제작실(12개)로 활용, 예술가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시설을 대여하여 국내외 예술가, 시민들의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 예술정보 도서관은 4천여권의 책과 영상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이곳의 사서는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근무를 하고 있다.

가을에 주최된 이곳의 공연, 전시 등 ‘실험예술제’ 기간 중 방문해 예술정보실을 들려 사서 분께 도서관련 문의를 했을 때 사서 분의 응대태도에 감흥을 받은 것이다. 진정성이 있는 응대여서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다. 전문도서를 파는 곳은 첫 일반 방문자들은 찾기 힘든 사무공간이었다. 그곳까지 안내해주고 옆에서 서적구매를 도와주는 일 그리고 교토아트센터를 벗어나 다른 일정으로 그곳을 떠나기 전까지 먼발치에서 지켜봐주는 모습 등 단계별로 그이가 응대하는 여러 가지 ‘배려’는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응대였다. 그래서 덩달아 교토아트센터에 대한 기관 이미지가 너무나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다.

교토상인들에게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정신은 상훈(商訓) 속한다. 모든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이라는 뜻이다. 한 번의 만남이기에, 상대에게 모든 정성을 다해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바로 이러한 것을 교토아트센터 그 예술정보 도서관 자원봉사자인 사서를 통해 방문자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 것이다.

서른 중반에 두산그룹에 재직하면서 두산연수원 경영이념 교수라는 직함을 얻었다. 두산그룹에서는 유일한 재단의 문화사업팀장이라는 직책인데, 연강홀(현 두산아트센터) ‘극장장’이라는 직위에 있었기 때문에, 고객들과 접점에서 업무를 하고 있는 중간 관리자였기에 선택되어진 경영이념 교수라는 자리였다. 각 계열사 현장과 가장 가깝게 근무하고 있는 일반직 여직원들에게 가장 많이 얘기를 했던 것이 고객과의 관계에 있어서의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이었다. 고객과의 접점 15초 동안 그 회사의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매출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스칸디나비아항공(SAS) 칼슨 전 사장이 하위직에 권한을 대폭 위임해서 현장에서의 서비스 질을 결정하여, 고객들의 만족을 높인다는 것으로, 지금 항공사에서는 일반화되어 있는 그러한 ‘진실의 순간’에 관한 것이었다. ‘진실의 순간’은 이제는 고객만족 교육에 있어서 전범(典範)이 된 내용이다. 거기에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는 진정성이 필요하다.

대구는 6.25 전쟁에도 피해가 적어 근대건축 유산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그러나 별다른 명소가 눈에 띠지 않아서 일반인들에게는 대구에는 볼만한 관광지가 미흡다고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구에서 근대건축 유산이 가장 많이 몰려있던 중구에서 지역의 정체성으로 이 지역유산과 함께 골목을 결합시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골목길 근대유산을 바탕으로 문화 관광 상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안내할 골목문화해설자 자원봉사자들을 육성하였다. 각 골목마다에는 상가, 게스트하우스, 주택 등에 거주하는 지역민들은 주민해설사로 안내 역할을 맡는다.

그간 대구 골목길 투어에서 계산예가, 청라언덕. 향촌문화관 등에서 약 20분의 골목해설가들을 만났다. 그들은 진정한 근대 골목길의 ‘이야기꾼’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몰입’하고 있는 사람이 표정일 것이다. 배려라는 진정성도 보였다.

공자는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도 모여들기 마련이다’(近者說遠者來)이라 했다. 그들이 즐겁고 몰입해서 ‘이야기꾼’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 언품(言品)이 되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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