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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봄이 말을 걸다

봄이 말을 걸다

                                            /박경남



누렇게 색 바랜 들풀에게 말을 건네 본다.

네가 푸르름을 되찾을 날이 언제인지를



바람은 아직 칼을 품고 있고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황량한 벌판뿐



들려오는 소리는 봄이 가깝다고 하지만

그것은 먼 나라 이야기였던가?



옷깃을 끌어 올리며

성급한 마음 닫으며 돌아서는 걸음에



톡톡 작은 것들이 밟히는 느낌에 내려다보니

어느새 다가왔는지 가녀린 새싹이 인사를 한다.



벌써 네 발 끝에 와 있었는데

멀리만 보는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이라고.


 

봄이 벌써 말을 걸어오는 立春大吉이 지났다. 바람과 시간의 공간을 계산하지 않더라도 시인의 옷깃은 봄이고 여름을 염려하는 까닭이다. 자연과 세계 앞에서 그 경이와 신비에 겸허하게 마음을 열고 있는 화자의 원초적인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순항하는 질서를 보게 된다.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을 보는 것이다. 이 시는 잃어버린 놀라움의 순간을 순간순간 재생하려 하고 회복시켜서 지나온 봄의 기억을 찾으려 애쓰는 흔적이 보인다. 신비한 일들이 경이감과 외경감을 지나치게 의식하다보면 경험했던 일들도 망각에서 재생되지 않는다. 황량하고 어두운 시대를 걸어가더라도 봄은 여전히 우리 안에 있는 것이다

/박병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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