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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누가 더 술꾼일까?

 

설 연휴 남자들은 형제들과 고향 친구들과 회포를 풀며 술을 마음껏 마시고 늘어지게 게으름도 부리고 늦잠도 자고 몸도 마음도 휴식을 했다. 아이들에게 게임 많이 하지 말라고 해도 본인들은 술에서 떨어질 수 없고 고스톱도 멤버 구성만 되면 시작해서 해 가는 줄 모른다. 그러다 술탈이 나서 다음날 배를 쓸고 있는 모습도 보게 된다. 거기다 배탈정도로 끝나면 그래도 괜찮은데 옥신각신 하다 말다툼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술이 인간관계를 돈독하게도 하지만 걷잡을 수 없이 악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술은 본시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대도시에서는 없어진 풍속이겠지만 시골에는 지금도 대보름 윷놀이가 있다. 밤에는 달맞이를 하지만 낮에는 윷놀이를 한다. 청년회가 주최를 하고 부녀회에서 음식을 하면서 동네에서 한 사람씩 가서 윷놀이를 하며 하루를 즐기는 놀이다. 상가에서 찬조도 하고 서로의 친선과 결속을 다지며 한바탕 노는 데 술이 절대 빠질 수 없다.

그렇다면 요즘 사람들만 술을 그렇게 좋아할까?

고대 중국의 최고 시인들에 대한 이야기다. 너무나 유명해서 우리도 알고 있는 이백과 두보로, 두 사람 모두 당나라 사람이지만 시풍은 매우 달랐던 것 같다.

이태백이라고도 불리는 이백(李白)은 주로 호방하고 자유분방하게 자연과 인생을 노래했고 두보(杜甫)는 신중한 태도로 나라에 대한 충성과 인간의 도리 가족에 대한 애정을 노래했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은 두 사람은 모두 술을 좋아했다는 점이다. 술에 취해 채석강에 비친 달을 잡으려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죽었다는 이야기가 남겨질 정도로 이백이 술을 좋아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그런데 후세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이백보다는 두보가 훨씬 더 술꾼이었다고 한다. 그의 시 속에 나타난 것만 보아도 이백의 시 중에서 술을 언급한 것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 비해 두보는 그 많은 글 중에 자주 술에 관련된 시를 읊었다.

술을 마시는 방법도 달랐다는데 이백은 술을 즐기면서 마셨지만 두보는 술에 원수진 사람처럼 마셨고 두보가 일단 술을 마시면 완전히 취할 때까지 2차, 3차를 가고 말에서 떨어져 다쳤을 때도 병문안 온 친구를 붙들고 술을 마셨다고 할 정도였으니, 말년에 당뇨와 폐병으로 고생할 때에도 ‘흰머리 몇 개 났다고 술을 버릴 수야 없지 않는가?’ 하고 노래한 두보는 59세에 힘든 방랑 생활을 끝내고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그 당시 평균 수명으로 볼 때 평생 말술을 마신 사람치고 장수한 편인가? 물론 술 많이 마신다고 오래 살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애주가들도 너무 무리하지 않으셔야 좋아하시는 술 오래오래 즐기게 되지 않을까?

봄옷 잡혀 술 마시며 곳곳마다 술빚이라. 나비 잠자리 나는 봄에 대취하여 돌아오지만 인생 길 칠십 살 드문데 걱정할 일 무언가.

봄이 문앞까지 왔다. 대 문장가요 술꾼처럼 봄 옷 잡혀가며 술 마시고 다녀서도 안 되겠지만 옷을 잡고 술을 줄 술집도 없는 세상이니 그런 일은 없겠지만 술에도 절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를 노래하던 두보(杜甫)는 회갑도 못 넘기고 59세에 두보(杜甫)와 가까이 지내던 11살 위인 이태백(李太白)은 62세에 그 좋아하는 술을 두고 떠났다. 중국 최고의 시인 이백(李白)과 두보(杜甫) 누가 더 술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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