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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여성에 엄격한 잣대’ 꼬집다

나혜석 타계 이후 70년 지났지만…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금하는 것을 금하라’ 전시 6월 24일까지
금기에 저항했던 나혜석의 생애 재조명
작가 8인, 우리 사회 속 정의된 여성 고찰

 

 

‘인형의 家’

 

                                  나혜석

내가 인형을 가지고 놀 때
기뻐하듯
아버지의 딸인 인형으로
남편 아내 인형으로
그들을 기쁘게 하는
위안물 되도다

노라를 놓아라
최후로 순수하게
엄밀히 막아논
장벽에서
견고히 닫혔던
문을 열고
노라를 놓아주게


정월 나혜석(1896~1948)의 타계 70주년을 맞아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금하는 것을 금하라’ 전시를 오는 6월 24일까지 개최한다.

수원에서 태어난 나혜석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이자 작가이며 근대적 여권론을 펼친 운동가였다. 나혜석은 조혼을 강요하는 아버지에 맞서 여성도 인간임을 주장하는 단편소설 ‘경희’(1918)를 발표했을 뿐 아니라 ‘이혼고백장’(1934)과 ‘신생활에 들면서’(1935)을 통해 정조라는 것은 남이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주체의 자유 의지에 속하는 ‘취미’의 문제라고 언급하며 당시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그가 타계한지 7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하지 말아야 할 많은 것들을 요구한다.

‘금하는 것을 금하라’는 조덕현, 박영숙, 손정은, 윤정미, 장지아, 정은영, 주황, 흑표범 등 8명 작가의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 속에 정의된 여성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1층 3전시실에서는 금기에 대해 저항했던 나혜석의 생애를 서사적으로 돌아보며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을 꾸몄다. 조덕현 작가의 ‘프렐류드’ 작품을 통해 여성으로서 권리 찾기에 앞장섰던 나혜석의 용기 있는 삶을 돌아볼 수 있다.

주황 작가는 화장품 광고에서 볼법한 아름다운 외모의 여성들 사진을 나열한다. 작가는 평범한 여성들의 사진에 광고 제작에 사용되는 동일한 과정을 통해 수정, 사회가 요구하는 전형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보편적인 미의 기준이 허구적임을 드러낸다.

윤정미 작가는 ‘핑크&블루 프로젝트’를 통해 규범화된 성 역할을 꼬집는다. 윤 작가는 남자와 여자에 적합한 행동, 말투, 복장을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사회의 규범을 색에서 찾아냈고 아이들의 방안 물건들을 나열해 하나의 프레임에 모았다. 여자아이는 분홍색, 남자아이는 파란색으로 확연히 대비되는 색상을 통해 작가는 우리의 시각이 규범에 얼마나 익숙해 있는지 묻는다.

장지아 작가는 ‘서서 오줌 누기’ 작품을 전시한다. 당당하게 서서 오줌을 누는 여성의 사진을 담은 작품을 통해 작가는 성별의 위계를 떠나 몸의 감각에 주목해야 함을 강조한다.

1층과 2층 전시실을 잇는 복도에 전시된 나혜석이 쓴 ‘인형의 家’(1921) 글은 전시가 우리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를 함축한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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