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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평택당진항에 주인을 만들어주자

 

아기가 태어나서 처음 하는 말은 무엇일까. 아기들은 ‘엄마’, ‘아빠’ 등 자신의 생존과 관련된 단어를 먼저 익히고, ‘어흥’, ‘음매’, ‘깡총’ 등 의성어와 의태어를 익힌다. 많지는 않지만 자기주장을 하는 단어도 있는데, ‘시러’, ‘내꺼야’ 등이다. 특히 나이가 들어가고, 동생과 친구까지 생기게 되면 더욱 자주 하는 말이 ‘내꺼야’라는 말일 것이다.

‘내꺼야’는 인간의 본능에서 시작되어 사회적으로는 소유권 제도로 보장되어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소유권을 놓고 치열한 게임이 벌어진다. 어떻게 보면 한 사람의 인생도 태어나서 죽을 때가지 ‘내꺼야’를 외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적 소유권에 대한 제도적 보장은 개인들의 자유로운 사적 이익을 보장하고 궁극적으로 공적 이익의 증대로 이어질 수 있는 길을 보장한다는 것이 자유주의의 입장이다. 또한 구성원 개개인의 가치와 자유가 신장되어 자본주의가 형성되고 산업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도 사적 소유권에 대한 보장이 문명과 경제를 크게 발전시킨 긍정적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공적 성격의 대상에 대한 것이다. 공적 소유권의 영역은 정부와 공기업 등이 주로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가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던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의 사회적 인프라에 대해서는 공기업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거버넌스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도 적극적으로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항만의 사례를 보면 부산항, 인천항, 울산항, 여수광양항에 대해 항만공사(PA)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원래 자치공사(authority)의 도입을 천명하였지만 지금은 자치공사와 공기업의 애매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그래도 항만공사에 상당한 관리권이 주어지면서 마케팅, 항만관리, 운영, 노사관계 등에서 ‘내꺼야’의 긍정적 의미가 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제5의 PA가 약속되었던 평택당진항에는 여전히 중앙정부 관리제도가 존속되고 있다.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항만으로서는 유일하게 PA 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것이다. PA 도입에 소극적인 해양수산부는 물론 지역의 항만업계,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등에서도 PA 도입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누구의 것도 아닌 ‘주인 없는 항만’으로 전락하고 있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고 평택당진항에서 ‘내꺼야’라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전혀 아니다. 평택당진항을 개발하면서 생긴 매립지를 둘러싸고 경기도와 충남도, 평택시와 당진시가 서로 소유권을 주장하며 ‘내꺼야’를 외치고 있다. 헌법재판소 판결까지 갔다가 이제는 대법원으로 자리를 옮겨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에서는 한발도 양보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항만의 경쟁력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다. 항만의 명칭에서도 법적 명칭인 평택당진항을 쓰지 않고, 경기도와 평택시는 ‘평택항’, 충남도와 당진시는 ‘당진항’을 쓰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런 분쟁이 일어났을 때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알아서 쓰라고 진작부터 한발 물러났다.

환경, 안전, 예산, 관심 등에서는 ‘내께 아니야’라는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항만 이면도로에 눈청소를 놓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 벌어졌는가 하면, 경기도 남경필 지사는 경기도 유일의 항만에 재임 중 한 차례도 방문을 하지 않았다. 평택당진항은 분쟁과 대립은 두드러지고, 관심과 화해는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하긴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해수부, 해양수산지방청, 경기도, 평택시, 경기평택항만공사, 충남도, 당진시 등 여러 주체가 얽혀 있으니 더욱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이제는 평택당진항에도 발전방향과 전략을 책임지고 수립, 운영할 주인을 만들어줄 때가 된 것 같다. 평택당진항에도 PA를 설립할 때가 된 것이다.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한 문제지만, 현재 운영되고 있는 PA가 아닌, 중앙-지방 협치형 거버넌스를 만드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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