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3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숨n쉼]걷고 싶은 거리 프랑스 마레지구와 문화 상품

 

머리가 텅비고 온몸에 힘이 빠져서 더는 움직일 에너지가 떨어졌을 때 삶은 무엇으로 위로받을까. 작가에게 주어지는 해외 전시는 가끔씩 뜻하지 않은 선물처럼 거리를 산책하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특히 느긋한 속도로 걷다가 발견하는 거리가 주는 순간의 풍경은 새로운 창작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프랑스 센강을 중심으로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으로 소문난 마레지구는 과거에 귀족들이 살던 집을 원형을 간직한 채로 실내를 개조하여 상점과 카페로 사용하고 있다. 겉모습은 로코코시대의 아름다운 건물이고 간판은 작지만 들어가 보면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자리한다. 특히 거리에 아담하고 특색있어 디자이너가 이름을 걸고 운영하고 있는 부티끄에 들어가 보면 시대와 유행을 초월해서 다양하고 개성있는 소품들이 세련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란 뜻의 20세기 초 벨에포크에 유행되었던 모자도 지금까지 디자이너 손에 의해 핸드메이드로 만들어지고 있다. 거울 앞에서 그 시절 모자를 쓰고 이리저리 돌다 보면 어느덧 갖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그동안 상점의 점원은 아무 말없이 웃으면서 즐거워 하는 모습을 자기 일을 하면서 지켜보기만 한다.

퐁피두 현대 미술관의 스트라빈스키 광장을 거쳐 피카소 미술관 가는 길에서 발견한 수공예 신발가게 앞에서는 마치 오드리 햅번이 주연한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이란 영화처럼 쳐다 보다가 드디어 들어가서 신어 보았다. 동양적인 문양의 천으로 만든 재미있는 구두가 있어 한참 보았는데, 샤를드골 공항의 세계적인 브랜드 상점에서 비슷한 디자인을 발견했을 때 오뜨꾸뛰르(맞춤복)와 프레타포르테(기성복)의 그 연결고리는 프랑스의 문화적 유연성이었다.

프랑스 대혁명 200주년을 기념해 바스티유감옥을 헐고 오페라 극장을 만든 바스티유 광장에 서있는 1830년 7월 혁명을 기념하는 51.5m의 7월 기둥 위에는 자유의 수호신 조각상 있고 그 기둥 아래는 그때 희생된 504명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는 곳을 천천히 걸으면서 그들의 자유를 향한 숭고한 정신을 느끼기도 하였다.

프랑스를 유럽의 강대국으로 키운 루이 13세의 기마상이 보이는 1612년에 완성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불리우는 보주 광장 주변으로는 알퐁스 도데, 레미제라블을 쓴 빅토르 위고의 집들이 있어 현실이 문학으로 탄생되는 현장이 목격되기도 한다.

세계각국의 음식을 선택해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과 오랜된 골동품점에서 발견한 명품, 시대를 관통하는 작품들로 구성된 갤러리 그리고 다양한 염색물감 재료를 파는 특화된 화방의 발견은 걷는 기쁨을 배로 첨가한다.

큰길이라고 들어섰는데 갑자기 나타난 거리의 낯설고 생경한 풍경은 내가 이국에 있음을 느끼게 하여 발걸음을 빨리하여 빠져 나오게 하는 두근거림을 갖게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자유로운 디자인이 독특하여 들어간 편집샵에는 이탈리아 가죽 가방과 디자이너가 만든 코트는 보는 것보다 훨씬 편하고 스타일이 좋았다. 독특한 악세사리들도 가격이 적당하여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오랫동안 미루워 왔던 숙제인 행궁재갤러리의 아트 문화 상품을 만들기로 결심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수원-유럽 아트프로젝트2017 보고전과 장혜홍 섬유예술(1985-2017) 책 출판회를 마치고 곧바로 연구팀을 꾸려 겨울내내 한국 전통에 입각한 다양한 의상 시제품을 만들었다. 겨울 누비옷처럼 목화솜을 넣어 수직으로 만든 비단베스트는 양장에 입을 수있게 입체 재단을 하였고 또한 단가를 낮춰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공단베스트도 만들었다. 물론 거기에는 수원화성과 수원아이파크 미술관이 있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행궁재가 있는 수원 행궁동을 걷기 즐기는 낯선 이방인이 보물처럼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기도 하였다. 때로는 삶이 주는 예기치 못한 위로의 선물처럼 말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