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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칼럼]상처를 발견하는 4가지 질문

 

교원들을 위한 성품연수가 중독치유를 주제로 사흘 동안 진행되었는데, 저는 교사들에게 다음의 네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질문은 필자가 성품치유 세미나를 진행할 때마다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첫째,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나를 아프게 했던 사람이나 사건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것을 생각하면 어떤 감정이 느껴지나요? 둘째, 당신의 어머니로부터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셋째, 당신의 아버지로부터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넷째, 배우자로부터 꼭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4가지 질문을 들은 교사들은 저마다 자신이 가진 상처를 고백했습니다.

“우리 엄마는 먹고 살기 바빴어요. 내가 필요할 때마다 내 곁에 없었어요. 엄마에게 제일 듣고 싶었던 말은 ‘사랑한다’는 말이었어요.” “우리 아버지는 늘 무뚝뚝해서 저에게 다정하게 대해주지 않았어요. 저는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싶었죠.”

부모의 방치, 비난, 체벌 등 이런저런 기억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상처’로 남아있음을 발견합니다. 부모님의 잦은 다툼과 불화가 상처가 되어 지금의 부부생활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기억이 상처가 되고, 상처가 성품이 되는 까닭은 기억이 뇌에 상처를 남기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 학대 같은 부정적 경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편도체가 과하게 작동하거나 오작동을 해서 사소한 자극에도 민감해지고, 분노 공포 두려움 등을 쉽게 표출합니다. 이것이 치유되지 않은 채 반복되면 성품으로 굳어지는 거죠. 상처 받은 기억들이 성품으로 표현되는 까닭은 이 때문입니다.

상처는 어린 시절에 형성된 경우가 많으므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보아야 하는데 이때 무엇보다 ‘애착관계’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애착이론은 존 볼비(John Bowlby)가 과학적으로 정립했으며, 애인스워드(M. Ainsworth)는 존 볼비의 이론을 발전시켜 ‘애착 유형’을 네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안정애착형, 회피애착형, 저항애착형, 혼란애착형 등 애인스워드가 분류한 네 가지 유형은 양육자가 아이의 욕구에 어떻게 반응해 주었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주양육자가 아이의 욕구나 표현에 섬세하게 반응하는 경우 ‘안정애착’이 형성되지만, 부모가 둔감하거나 기분에 따라 반응 또는 방치할 경우 자존감이 낮고, 부정적인 성향을 가진 회피애착형, 저항애착형, 혼란애착형 등으로 나타납니다. 즉 나의 욕구에 대해 부모가 어떻게 반응했느냐에 따라 애착 유형이 달라지고 이것이 나의 정체성이 되거나 자존감이 됩니다.

그러므로 부모라면 누구나 자신의 욕구가 부모의 섬세한 보살핌을 받지 못해서 생긴 상처가 없는지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상처를 가진 부모는 자신이 치유의 대상이므로 아무리 좋은 육아방법을 선택하더라도 실천하기가 쉽지 않고 좌절감에 빠지기 십상입니다. 왜냐하면 상처 받은 아이가 내 안에 있어서 자녀를 어른으로 돌봐주기가 어려우니까요. 이 경우 무엇보다 부모 자신부터 치유해야 합니다. 성품교육은 어린 자녀의 성품을 양육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성인인 나의 성품을 ‘좋은 성품’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자존감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기쁨의 1단계 정의 곧 ‘기쁨이란, 내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즐거워하는 것’임을 가르쳐야 합니다. 1단계 기쁨을 소유하고 자존감이 차오를 때 비로소 “어떠한 상황에서도 불평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을 유지하여”(2단계 기쁨의 정의) 자녀를 양육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존감을 회복하는 성품치유의 비법은 기쁨의 태도로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연습하는 것입니다.

첫째, ‘지금까지 잘해왔다’고 격려해 주세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듣고 싶었지만, 들을 수 없었던 말들을 자신에게 말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둘째, 새로운 눈으로 나를 발견하세요. 나는 아무것도 잘하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기쁨이 좌절됐다면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하나씩 써보며, ‘맞아, 내가 이런 사람이야’라며 자신에게 용기를 주세요.

셋째, 나에게 선물하세요! 나 자신을 위해 그동안 수고했다고 예쁜 꽃다발이라도 선물하세요. 행복은 스스로 찾는 것입니다. 누군가 나에게 대접해 줄 날을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에게 대접하세요.

이런 과정을 밟다보면 어른도 치유될 수 있고, 부모로서의 좋은 성품을 양육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인 내가 행복해질 때 자녀도 행복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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