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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입양인 20년간 흔적을 찾아가다

1995년부터 10년간 8만명 입양
가족 만날수 있는 사람 3% 미만
저자 정울림, 스웨덴에 입양아
36년만에 만나지만 이질감 남아

 

한국은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은 아동을 해외로 입양보낸 나라로 꼽힌다.

한국전쟁 이후 본격화된 해외입양은 한국 정부의 통계로 약 16만명, 국제 사회 추정으로는 20만명에 이른다.

많은 아이들이 해외로 보내졌지만 이에 관한 절차는 민간 영역에서 도맡아 하는 서비스 가운데 하나였고, 허술하게 이뤄질 수 밖에 없었다.

모든 과정이 고액의 수수료를 내고 아이를 입양해 가는 수요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편의적으로 맞추어졌던 것이다. 따라서 성인이된 입양인들은 자신의 출생과 입양 절차에 대한 정보를 마치 미로를 더듬어 가듯 알아갈 수밖에 없다.

1995~2005년 10년 동안 약 8만 명의 입양인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에 왔으나, 가족을 만날 수 있었던 사람은 3% 미만이라는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나는 누구입니까’의 저자 리사 울림 셰블룸은 입양인이다.

한국 이름 정울림인 그는 1977년 5월 대한민국의 항구 도시인 부산에서 미혼모의 아이로 태어났으며, 1979년 5월 스웨덴의 한 가정으로 입양됐다.

사춘기로 접어들면서 저자는 극심한 정체성의 혼돈을 겪었고, 자살을 생각할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후 결혼을 하고 자신의 아이를 갖게된 저자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의 출생과 입양 과정에 얽힌 수수께끼와 맞서기로 결심한다. 이 책은 자기가 태어난 나라에서 밀려났지만, 낯선 나라에 뿌리 내리지 못한 해외입양인이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싸운 20여 년의 기록이다

본격적으로 자신의 흔적을 찾아 나선 저자는 중앙입양원, 대한사회복지회, 부산시청, 부산시 아동상담소, 보육원 등을 다니지만 거짓과 은폐의 거대한 회로를 마주하고 좌절한다.

입양 기관과 관계자들은 이익 관계로 촘촘하게 이어져 있고, 이를 감시하고 통제해야 할 국가는 무관심하게 대응할 뿐이다. 입양 과정에서도 그랬지만, 그 뒤로도 이들은 입양인들의 황폐한 삶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정울림은 어렵게 친모와 연락이 닿고,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 자신이 태어났고, 버려진 그 나라를. 헤어진 지 36년 만에 친모를 만나지만, 그가 확인하는 것은 세월의 강이 남겨 놓은 막막함과 이질감이다.

입양인으로, 20년간 자신의 흔적을 찾아나섰던 저자가 꼬집은 한국 입양산업의 현실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한국은 우리가 돌아올 거라고 믿지 않았다. 한국은 우리가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기도 전에 우리를 버렸다. 우리가 가족과 뿌리를 그리워하다가 다시 이 나라로 돌아올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입양 아동이 어른이 돼서 돌아오는 일에 대해 어떤 준비도 하고 있지 않았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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