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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미투’운동을 끝내는 법

 

요즘 뉴스 태반이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 기사다. 미투운동은 작년 10월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제작자인 하비 웨인스타인이 여배우와 자신의 회사 여직원들을 상대로 30년간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배우이자 가수인 알리사 밀라노가 제안하며 시작되었다. 우리의 경우 한 여검사가 지난 1월 방송에 나와 오래 전 술자리에서 선배 검사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이에 항의한 탓에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고 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후 미투운동은 문단과 연예계, 종교계, 교육계를 두루 거쳐 정치권까지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일어났다. 대부분의 사건들은 사법절차가 진행 중이다. 정치권의 미투사건들은 다가오는 6·13 지방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둘이나 된다. 피해의 유형도 각양각색이며 가해자의 대응방식도 다양하다. 여기서 구체적인으로 특정 사건을 살펴볼 생각은 없다. 다만 이 시점에서 이 미투운동의 본질은 무엇이며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어떻게 하면 끝날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은 유의미한 일이 될 것이다.



법 개정보다 현행법의 엄격한 집행과 처벌 분위기가 중요

앞서 말한 여 검사 사건은 2010년, 유명 연극 연출가 사건은 20년 전 시작된 것이다. 성폭력의 유형도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 다양하게 제기된다. 물리적 폭력과 상하관계에 의한 위력 등 강압의 종류도 다양하다. 수년에서 수십 년 참았다가 이제 폭로하는 이유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갑을관계 때문에 성폭력 피해를 당했으나 강압적 분위기 때문에 이제껏 침묵했던 경우가 전형적 사례다. 당시에는 성폭력인지 잘 몰랐으나 최근 미투운동으로 그것이 성폭력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경우도 있고, 당시 거부감이 있었지만 위압감으로 표현을 전혀 못했고 따라서 가해자는 자신이 성폭력을 행사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거부감도 있었지만 동시에 약간의 호감도 있었기 때문에 아무 말 안 한 경우, 거부감이 있었지만 그 대가로 어떤 인사상의 이익을 기대하며 표현하지 않은 경우, 심지어 일부 사건에서 주장되는 것처럼 전혀 그런 일이 없었는데 다른 목적으로 음해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다. 이처럼 다양한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단순한 OX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모든 사건은 각자 사법적으로 엄정하게 조사되고 적절히 처리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법률개정안도 많이 나왔다. 성폭력처벌법과 관련해서 항거불능 요건을 삭제하는 방안, 사법처리과정의 관련자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여 2차 피해를 막는 규정, 국선변호인의 전문성을 높이는 규정, 지인이나 유명인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해 유포하는 일명 ‘지인능욕’에 대한 처벌근거 규정, 디지털 성범죄 등 불법촬영물 삭제에 국가의 지원근거 규정, 업무상 위계 또는 위력으로 행한 강간죄 신설과 형량 강화 등이 발의되거나 이미 개정되었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에서도 공소시효 폐지와 형량 강화가 진행 중이다.



권위주의 타파로 성폭력이 불가능한 사회구조 형성이 해결책

그런데 이제까지 법이 없어서 이런 성폭력이 만연했던가?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였지 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형법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했지만 피해자가 끊이지 않아서 특별법까지 만들었다. 짐작컨대 여성의 사회고위층 진출이 증가하는 요즘 남성 피해자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지금껏 남성 미투사건이 없다는 것은 아직 남성위주의 권위적 사회분위기가 남아있다는 반증이다. 미투운동은 언젠가 시들해지겠지만 단지 한 때 유행에 그친다면 사회적 불행이다. 미투운동의 본질은 성폭력이 가능했던 권위주의의 타파이다. 이제는 누구나 폭로하고 나설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는데, 근본적으로 성폭력 자체가 불가능해야 한다. 성폭력 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폭력이 사라지고, 다양성이 존중되고 누구나 평등한 대접을 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는 법의 엄한 집행이나 법 개정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의식이 바뀌어야 가능하다. 혹시 미투운동을 정치적 또는 경제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 먼저 도태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미투운동이 필요 없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이 미투운동의 궁극적 목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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