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상]왜곡된 성 관념과 미투
[자치단상]왜곡된 성 관념과 미투
  • 경기신문
  • 승인 2018.03.25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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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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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원기 신한대학교 공공행정학과

요즘 우리 사회는 하루가 멀다 하고 미투(me too)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본래 미투는 영어의 ‘나도 그래~’라는 의미이지만, 요즘 들불처럼 번지는 미투는 성폭력 피해 고발운동으로서 ‘나도 당했다’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미투 운동은 2017년 미국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던 여성 배우들의 연이은 폭로로 시작되었다. 여배우들의 폭로로 미국 연예계에 강력한 미투 운동이 촉발되었고, 이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들이 미투의 용의선상에 오르게 되었다. 이 운동은 순식간에 미국 연예계를 뛰어넘어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고, 연예계만이 아닌 정치계, 학계, 종교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운동이 일고 있다.

우리사회도 미투 운동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벌써 미투 운동에 연루된 배우와 대학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한 차세대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된 정치인이 미투 운동에 거의 낙마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 외에도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가해자가 200여 명을 넘어선지 오래이다. 이렇듯 미투 운동은 시간이 흐를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또한 이번 미투 운동을 계기로 그동안 그릇된 남녀간의 성 사고와, 상하간의 왜곡된 성 관념 등에 획기적인 전환을 기대한다.

남녀 간의 애정의식은 연모하고 사랑하는 감정이 기본이다. 애정의식은 가벼운 스킨십부터 성관계까지 포함하는 일체의 사랑행위이다. 그런데도 습관적으로 행해지는 가벼운 스킨십은 그동안 고발꺼리도 안 되었던 게 사실이다. 나아가 진한 성적 얘기, 진한 스킨십, 심지어 성관계 등 많은 것들이 남녀 간의 문제로 치부되고, 일부에서 그것을 교묘히 악용해 온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남녀 간의 사랑이 연애감정이 아닌, 어떤 거래나 폭력, 권력, 억압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미투 운동은 바로 이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연애감정이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한 사랑방식을 규탄하는 것이다. 비록 일방이 사랑의 감정이 있었다 해도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이루어지는 사랑은 변질된 사랑일 뿐이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고 세상이 변하고 있다. 사랑에 관한 관념도 표현도 그에 맞춰 달라져야 한다. 달라진다는 것은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는 의미이다. 남녀 간 진지한 감정에 의한 사랑으로 되돌아가면 된다는 뜻이다. 더 이상 자신의 직위나 권력, 물리적인 힘을 이용하여 강제로 성적 욕구를 채우는 짓은 설 땅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 사회 일부이긴 하지만, 여전히 가부장적인 의식구조와 사회계층권력에 의한 성적 지배욕구가 잔존하고 있다. 남녀관계에서 은근히 남성우월의식을 갖는가 하면, 권력을 가지면 부하의 모든 것을 지배하려는 태도가 남아 있다. 작금에 진행되고 있는 미투운동 대부분이 정치인, 감독, 교수, 유명배우 등, 나름 그 세계의 권력자에 의한 성적피해를 호소한 것들이다. 이와 같이 우리 사회에 뿌리깊이 박혀 있는 각종 성적 착취에 대해서는 엄단할 뿐 아니라 재발방지의 제도마련이 시급하다. 성폭력 가해자가 설 수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양성평등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 격언에 ‘무리를 해서 사랑을 얻을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남의 나라 격언이 아니어도 무리해서 사랑을 얻으려 한다면 사단 나는 것쯤은 다들 알고 있다. 미투운동은 차마 사랑이라고 말할 차원도 못되는 왜곡된 성적욕망의 비열한 충족과정에서 촉발된 것이다.

향후 미투운동은 유명인 대상만이 아닌 일반국민 사이에도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언론에 드러난 유명인들 외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일반인들의 성폭력도 근절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명하지 않다 해서 면죄부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국민계몽을 대대적으로 시행하여야 한다. 또한 제도적 마련을 통해 미투 고발자의 신변을 확실하게 보장하고 2차 피해를 막아주어야 한다. 피해를 당한 사람이 안심하고 고발도 못하는 국가라면 그게 어디 국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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