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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통일’이라는 단어 속의 함수관계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한반도에 갑작스레 해빙무드가 이어지고 있다. 요 며칠 새 친구들 간에도 통일에 대한 갑론으로 SNS를 달궜다. 블로거로 활동했던 친구들인지라 나름대로 이에 대한 평소 갖고 있던 지론들이었다. 거기에는 외국에서 오래 거주하는 친구도 있는데 그 분야에 대해 공부를 꽤 한 내용들이어서 나 역시 배우는 게 많았다. 70년을 남북이 갈라서 분단의 아픔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사실 꽤나 복잡한 얘기들이다. 특히 보수와 진보의 입장이 달라 더 그랬다. 그동안 통일에 대한 방안과 방법적인 문제들은 계속 있어왔지만 ‘틀림’이 아니라 서로의 시각이 ‘다름’을 인식하면서 유심히 친구들의 글에 몰입하게 됐다. 나 역시도 긍정과 부정의 시각이 엇갈렸다.

사실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통일이라는 용어를 거의 쓰지 못했다. 오로지 반공을 국시로 하였기에, 북한의 목표는 적화통일에 있다고 배웠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군대생활을 할 때도 ‘멸공의 횃불’이라는 군가를 참 많이도 불렀다. 8·15 광복을 맞아서야 잠깐 몇년 간 ‘우리의 소원은 통일(독립)’이라는 노래가 전국에 울려퍼졌다. 이 노래가 1947년 3월1일 발표된 때는 새 나라 건설의 꿈이 이뤄지지 않았던 시점이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움직였다.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자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통일’의 열망이 가득했고,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에도 실렸다. 우리 겨레의 노래가 됐던 것이다. 70년 전부터 불러왔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직까지 기성세대들의 가슴을 울리는 것은 그동안 한국인의 분단 극복 열망을 담았기 때문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1986년 신민당 유성환 국회의원이 대정부 질문에서 “우리나라 국시는 반공보다 통일이어야 한다”는 말을 해 구속됐다. 결국 나중에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국회에서 한 ‘통일’이라는 발언 하나로 7개월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불과 30여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씁쓸한 이야기다. 주변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온갖 눈치를 보며 이만큼의 국력을 갖기까지 우리는 모진 고생을 했다. 자연스레 국민들은 대한민국 국시는 자주적 평화통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나 이것도 깊숙히 들어가 본다면 풀기 쉽지 않은 함수다. 휴전상태인 어정쩡한 평화가 반쪽의 평화여서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서는 통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그러나 분단의 오랜 고착화로 인해 이에 무감각해졌다는 게 문제다. 통일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질문하면 일부 신세대층은 ‘식상하다, 운동권 구호같다, 그걸 꼭 해야 하나?, 돈이 많이 든다’면서 통일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게다가 넓지 않은 한반도 그것도 둘로 잘린 좁은 땅에서 아귀다툼을 하고 있다. 민주주의에서 정권획득을 목표로 한 각 정당은 사사건건 첨예하게 대립한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부에서조차 힘을 모으지 못하고 둘로 갈라지는데 통일논의를 한다면 어찌될지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도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을 놓고 여야가 대치 중이다. 절차상의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기 싸움이다. 남북대화를 놓고도 합의되는 방향이 하나도 없다. 하물며 앞으로 진행될 통일방안에 대한 논의를 생각한된다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진다.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하지만 국회에서 합의되는 게 없다. 친구들이 통일에 관해 벌이는 갑론을박을 또다시 국회에서도 보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2000년 6월 김대중-김정일의 남북정상이 회담을 끝내고 수행원들과 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했다. 그 진정성들은 과연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지금 통일이 또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희망을 버리지 말고 끝까지 인내하는 기다림의 미학이 중요하다. 통일은 또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남북의 교류와 협력을 어떻게 할 건지, 민족 역량을 어떻게 결집할 건지 남북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래야 통일이라는 단어의 어려운 함수가 차츰 풀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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