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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개도 못 줄 버릇 때문에

 

수많은 의사들이 왕자를 치료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왕자의 병은 점점 심해졌다. 이제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고 의식이 없는 채 헛소리를 계속했다. 이웃나라에서 데려 온 유명한 의사도 왕자를 보더니 고개를 저으면서 인사를 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그날 해가 질 무렵 왕자는 하늘나라로 갔다. 왕비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왕도 크나큰 충격으로 식음을 전폐하고 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왕이라고 해서 왕비라고 해서 그냥 호화로운 생활만 하고 마음대로 살 수는 없었다. 아들 생각을 하면 세상만사가 다 하찮고 달갑지 않아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마차를 타고 백성들의 삶을 살피러 가는 날이었다.

갑자기 왕비가 마차를 멈추게 했다. 마차에서 내린 왕비는 백성들 틈에 서있는 한 소년에게로 가서 소년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고는 땟국이 흐르는 볼에 입을 맞추고 끌어안고 어쩔 줄 모르더니 손을 잡고 마차를 태워 궁궐로 데리고 왔다.

궁 안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놀랐다. 목욕을 하고 왕자의 옷을 차려입고 밖으로 나오니 죽었던 왕자가 다시 살아오기라도 한 듯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떤 사람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을 쳤다.

왕은 파티를 열고 왕자를 소개했다. 그리고 신하들은 왕자에게 귀한 선물을 바쳤다. 그러나 왕자는 선물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맛있는 빵을 먹느라 선물에 눈길을 줄 사이가 없었다. 아버지가 된 왕이 나라를 물려준다는 말도 들리지 않았다. 빵만 먹고 있었다.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도 비웃는 눈초리도 오직 빵을 먹느라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빵이 있을 때 하나라도 더 먹어야 했다. 언제 또 굶게 될지 모르니까….

왕비는 아들이 살아오기라도 한 것처럼 기뻤다. 틈만 나면 왕자를 불러 식사도 하고 함께 궁 안을 산책하기도 하면서 왕자를 애지중지하며 아껴주었다. 어느 날 왕비는 왕자가 너무 보고 싶었다. 아침에도 보았지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보고 싶어 왕자를 불러 오라고 시녀를 보내 데려오게 하려면 오래 걸릴 것 같아 왕자의 방으로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

왕자는 불러도 알아듣지도 못하고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시녀들의 말로는 무엇을 하는지 한 번 방에 들어가면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몇 시간씩 저렇게 나오지 않고 있는데 가끔씩 무슨 소리만 들릴 뿐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방으로 들어간 왕비는 그대로 주저 않고 싶었다. 왕자는 거울 앞에 서서 거울 속의 자신에게 구걸을 하고 있었다.

“잘 생긴 왕자님, 이 불쌍한 놈에게 한 푼만 주십시오” 하면서 연신 허리를 굽실거리고 있었다.

속이 할퀴듯이 아프다. 병원에 가면 커피를 끊으라고 하지만 못하겠다고 했더니 그럼 반으로 줄이라고 한다. 대답은 했지만 속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웃는다.

가끔 손을 다친다. 장갑을 끼면 될 일을 무조건 맨손을 들이민다. 성질 급한 내가 상처 받는 일은 마음 뿐 아니다.

점점 인상을 찌푸린다. 미간의 주름은 점점 늘어가고 돋보기는 도수가 높아져도툭하면 맨 눈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기 일쑤다. 얼굴에 점점 늘어가는 나이테는 탄력을 빼앗는다. 그러면서도 기능성 화장품이나 뜯지 않은 팩은 나와 너무나 먼 거리에 있다.

습관보다 무서운 독재자는 없는 것 같다. 비단 나만이 겪는 일이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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