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룡문]견공화(犬公化)
[창룡문]견공화(犬公化)
  • 경기신문
  • 승인 2018.03.28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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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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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엔 개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오래 전부터 인간과 반려하며 살아온 친숙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익함보다는 부정적 이미지로 자주 등장한다. 비유도 높은 사람에게 아부하여 시키는 대로 따르는 사냥개처럼 좋지 않은 권력의 앞잡이 일 때가 대부분이다.

사기(史記)에 나오는 얘기도 그중 하나다. 제나라에 ‘괴통’이라는 책사가 있었다. 그는 왕 한신에게 한나라를 배반하고 천하를 삼분(三分)하자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이후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고 모반을 꾀한 괴통을 삶아 죽이려 하자, 괴통은 이렇게 말했다. “도둑놈의 개도 요임금을 보면 짖습니다. 요임금이 어질지 않아서가 아니라, 개는 원래 그 주인이 아니면 짖기 때문입니다. 그 때 당시, 저는 한신이 있는 줄만 알았지, 폐하가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유방은 괴통을 풀어주었다. 여기서 생긴 고사가 ‘걸견폐요(桀犬吠堯)’다, 그리고 자기 주인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주구(走狗)의 의미로 사용한다.

그런가 하면 주구를 충견으로 여겨 자신도 모르게 낭패를 당한 주인 얘기도 있다. 중국 전국시대의 역사를 전하는 ‘전국책’에 실려 있는 이야기다. 초나라 어떤 사람이 집을 잘 지킨다는 이유로 개를 총애했다. 그런데 그 개는 늘 우물에 오줌을 눴다. 이를 본 이웃이 개 주인에게 알려주려 하였다. 그러자 개는 그것이 싫어서 문을 지키며 으르렁거렸다. 이웃 사람은 그 개가 두려워서 들어가 말하지 못하였다. 결국 그 개가 잘 지켰던 것은 집이 아니라 자신이었으며, 이를 분별하지 못했던 개 주인은 매일같이 개 오줌이 섞인 물을 마시면서도 개를 총애한 꼴이 됐다는 내용이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우리주변에서는 이러한 사례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특히 권력이 있는 곳에는 더 많다. 세상이 달라져 사회의 보편적 가치 기준이 엄연히 존재하고, 성숙한 시민의 냉철한 시선들이 주변에 가득한데도 말이다. 굳이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된 원인을 따져보지 않더라도 야당과 경찰의 ‘미친개’ 논쟁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 아직도 일부에서 ‘견공화(犬公化)’한 우(愚)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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