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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관광객이 오는데 주민은 왜 떠나는가

 

동전에 양면이 있듯이 관광도 빛과 그림자가 있다. 관광은 비영리를 목적으로 거주지를 떠나 다른 지역을 방문하고 되돌아오는 행위다. 관광객(guest)은 이러한 과정에서 다른 지역을 방문해 먹고, 자고, 구매하는 경제적 활동과 지역 주민(host)과 소통하면서 지역문화를 체험하고 이해하는 사회문화적 활동(비경제적 활동)을 하게 된다. 대체로 관광의 빛은 경제적 활동으로 그림자는 사회문화적 활동으로 인식한다. 관광을 통한 국가 또는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제 아래 그림자에 속하는 사회문화적 활동은 가려져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의 지역 원주민이 관광객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과잉관광(over tourism)에 따른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은 관광지화 된다는 ‘touristify(투어리스티파이)’와 지역 상업화로 주민들이 밀려난다는 ‘gentrification(젠트리피케이션)’의 합성어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매력적인 관광도시인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대표적인 예다. 관광산업은 바르셀로나를 마드리드에 이어 스페인에서 2번째로 부유한 도시로 만들었고, 시민에게 지역문화와 역사, 예술에 자부심을 품게 했다. 그런데 요즘 바르셀로나에서는 ‘관광 공포증(tourism phobia)’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관광객 떠나세요(tourist go out)’라는 낙서를 남기는 등 지역 주민들이 사생활 침해와 물가, 임대료 상승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2015년 바르셀로나에서는 최초로 여성시장이 선출되었다. 당시 그녀는 관광에 대한 규제를 공약으로 시민들의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다.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관광 스트레스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결국 바르셀로나는 2015년 4월부터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금·토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보케리아 시장을 방문하는 15명 이상 단체관광객 입장을 제한했다.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관광지인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구엘 공원 또한 1일 입장객 수를 제한하기도 했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의 영향으로 이탈리아 베니스는 30만 명에 달했던 인구가 4만8천명까지 감소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관광지인 서울 종로구(북촌 한옥마을, 이화동 벽화마을, 세종마을 소재지)도 2012년도에 비해 13.5%의 인구가 감소하기도 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관광객으로부터 정주권과 생존권을 위한 그들의 최소한의 노력은 거주지를 떠나는 것이다.

관광으로부터 주민의 피로감을 최소화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먼저 관광지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관광지의 생애주기와 현 트렌드를 고려한다면, 지역이 관광지로서 기능이 시작된 이후에는 어떤 수단으로도 성장을 제어하기는 쉽지 않다. 유념해야 하는 부분은 관광지화 속도다. 특히, 지역주민이 정주하는 공간은 더더욱 그러하다. 관광지화 된다고 마냥 좋아할 것만은 아니다. 속도를 고려하지 않으면 자칫 젠트리피케이션과 투어리스티피케이션로 이어져 지역 공동화 현상의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의 몫이 될 것이다. 사회적 수용력을 고려해 10년, 20년 천천히 가느냐, 5년 안에 단기적으로 가느냐의 문제다.

지역주민과 관광객의 관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대부분 관광지에서 관광객은 침략자, 지역주민은 피해자로 대별된다.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획일적으로 구분되어 있다는 생각보다는 함께 라는 인식이 우선이다. 관광의 기능 중 그 나라,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지역주민과의 접점(encounter)이다. 지역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를 이용하고, 현지에서 생산되는 음식을 구입하는 등 지역사회와 함께하고 관광객과 지역주민이 평등한 관계를 맺는 공정관광의 도입이 필요하다.

관광객도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단지, 바바리안(침략자)이 아니라 지역주민에 대한 존중심을 향상하며, 문화적으로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는 책임관광(responsible tourism)을 깊이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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