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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칼럼]사회음모론과 미투운동

 

종종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음모론을 이야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음모론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가 크게 떠오르고 가장 활발했던 때는 1990년대 후반이다. 그 음모론의 대표주자가 바로 ‘엑스파일’이다. 드라마까지 아우른 이 영화는 다소 미스터리함과 다양한 장르를 끌고 온 음모론이라면 좀 더 실제 있었던 사건을 음모론으로 가져온 영화도 있다. ‘컨스피러시’다. ‘리쎌웨폰’ 시리즈의 ‘리처드 도너’와 ‘멜깁슨’이 다시 호흠을 맞추고 ‘줄리아 로버츠’가 함께한 영화이다. 택시기사인 ‘제리’는 언제나 불안에 쌓여 있는데 이는 바로 정부의 음모이론 때문이다. 그가 변호사인 ‘엘리스’를 만나게 되고 의문의 인물에게 쫒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전형적인 음모이론이 총출동하면서 전개되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음모이론은 국내영화도 있다. 바로 황정민이 출연하는 ‘모비딕’이다. 민간인 사찰 등 정부의 음모를 다룬 상당히 한국스러운 한국적인 음모이론 영화다.

음모론이란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사건의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할 때, 배후에 거대한 권력조직이나 비밀스런 단체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언어학자 촘스키는 “음모론이란 이제 지적인 욕설이 되었다. 누군가 세상의 일을 좀 자세히 알려고 할 때 그걸 방해하고자 하는 사람이 들이대는 논리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음모론은 사회의 위기 상황이나 인간의 한계 상황, 혼란 때 많이 유포되며, 특히,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장 저변에는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엔 절대 우연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엿보인다. 즉, 지나치게 사건 진행 간의 개연성에 집착하다 그 과정에서 사건의 발생을 가능하게 한 요소들 중에서 우연적이었지만 또한 결정적이었던 요소는 일체 배제하고, 반대로 사건 발생 당대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간과된 가정들을 지나치게 맹신하고 근거로 삼는 부분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음모론이라고 해서 다 믿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잘 알려진 음모론 중에 미국 정부가 매독 효과를 연구하기 위해 가난한 흑인들을 실험대상으로 했었다는 것이 있었는데, 이 음모론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당시 미국 대통령 클린턴이 앨라배마 주 터스키 지방으로 내려가 유족에게 사과를 하기도 하였다.

어떤 면에서는 음모론의 심리를 ‘긍정적 피드백’ 현상이라고도 한다. ‘긍정적 피드백’이란 자기 가설에 부합하는 사실만 채택하고 맞지 않은 것은 버리는 심리행태를 지칭한 것이다.

올해도 6·13선거가 다가오지만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고질적인 악성루머 말이다.

우리나라의 공직선거법은 당선시키거나, 당선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선거운동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당선시키는 것은 포지티브이고, 당선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네거티브다. 이 네거티브는 경쟁후보의 잘못을 크게 확대시켜서 상대방의 지지도를 멈추게 하는 방법으로 애용되고 있다. 과거 대한민국의 정치와 경찰, 검찰, 법원, 군대, 언론이 즐겨 써먹었던 모함, 조작, 왜곡 등을 통해 정치권력의 장애물을 몰살시키는 잔인한 방법의 가해와 희생의 역사가 선명히 남아있다.

민주주의의 방패는 정의와 진실이다. 결코 조작, 왜곡, 음모 등에 의해 변질되는 선거나 인사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한민국을 두 달째 흔들고 있는 ‘미투’ 국면에서도 음모론을 들고 나왔다. 성추행 미투 폭로가 나온 정봉주는 피해 여성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며, 도리어 자신이 정치 음모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결국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나와 정계를 떠나겠다고 하면서도 반성은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도 직장이나 문단 내 심지어 대학조차도 성폭력 폭로가 있었지만, 피해자들은 ‘꽃뱀’과 같은 2차 피해를 당하거나 명예훼손 고소, 스토킹, 악플 등의 공격에 시달리며 잊혔졌다.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철폐 등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이번엔 시작되어야 한다.

1989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 공대에서 한 남학생이 14명의 여학생을 총으로 쏘아 살해한 사건 이후 여성에 대한 폭력 추방에 남성이 앞장서자는 취지로 하얀리본운동이 펼쳐졌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아직 한국에서는 여성들이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성폭력 사건과 같은 문제에 남성들이 연대하고 동참하는 움직임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성평등한 사회로의 변화는 남녀 모두에게 불편함을 준 성별 고정화의 틀을 깨고 여성과 남성이 공존·상생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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