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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통일된 조국에서 살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자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괌 인근을 목표로 화성 12형을 발사하겠다”고 맞받아쳤다. 이에 트럼프가 “괌을 공격하면 보지 못한 일을 겪게 될 것”이라고 하자, 김 위원장은 “미국의 크리스마스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응수했다. 트럼프는 일본의 아베 총리에게 “북한의 건국기념일인 9월 9일에 북한을 공습하겠다”고까지 했다. 이렇게 북미간에 말폭탄을 쏟아 붓던 때가 불과 몇 달 전이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잠정 중단된 사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잇달아 약속되었고, 북·중, 북·일, 북·러 정상회담이 열렸거나 추진 중이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양한 예측과 각론에 대한 찬반 의견이 나온다. 물론 다양한 견해는 대외관계에서 당연하고 또 필요하기도 하다. 다만 그런 의견들은 끊임없는 토론을 거쳐 청와대와 외교실무자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특히 국내정치와 국제문제는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는 6·25 직후 세계 최빈국이었지만 70여 년이 지난 지금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근접하였다. 하지만 북한과의 대립에서 오는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우리의 국력이 저평가되고 있는데, 내부의 불협화음이 그대로 노출된다면 국제무대에서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남북의 평화와 공존 나아가 통일은 민족 재도약의 계기

우리는 세계에서 국토면적 순위로 109위, 북한은 99위다. 통일이 된다면 85위다. 인구는 5천100만으로 27위, 북한은 2천560만으로 52위인데 통일이 되면 20위권이다. 군사력 순위는 통계마다 차이가 크지만 우리는 12위, 북한은 23위다. 물론 주한미군과 북한의 핵무기를 제외한 통계다. 남한만 따져도 세계 10위권에 근접하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지고 있는데 만약 통일이 된다면 ‘탑 파이브’에 충분히 들 수 있을 것이다. 지리적으로도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을 아우르는 중심국가가 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이 최순실의 아이디어인지 신창민 중앙대 명예교수의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책에서 나온 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통일논의가 김정은과 트럼프의 말폭탄처럼 허언(虛言)일 수는 없다. 통일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준비를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서울역에 가서 평양행 기차표를 내놓으라고 하겠다던 문익환 목사의 시(詩)처럼 통일을 현실로 생각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분단 이전의 조국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다수가 된 지금, 통일이 얼마나 우리민족에게 재도약의 기폭제가 될지 진지하게 연구하고 논의해서 대다수 국민이 실제 통일을 원해야 한다. 단순히 일부 정치적 구호에 그쳐서는 통일이 될 리가 없다.



긴 안목으로 준비해서 남북 구성원들의 인식이 변해야 가능

이승만 정권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북진통일론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실제 그런 능력이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었다. 즉 통일 의지가 없었다. 박정희 정권은 ‘선 경제건설 후 통일’을 들고 나왔다. 마찬가지로 통일의 의지는 없었다. 북한은 처음부터 평화통일을 주장하였지만 결국 북한 주도의 통일방안일 뿐이었다. 현행 헌법에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규정도 수사에 불과하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은 결국 남한 주도의 ‘흡수통일’로 읽히기 때문이다. 최근 조성되고 있는 남북간 해빙 무드로 갑자기 통일이 되리라 생각되지는 않는다. 묘하게도 한반도 주변국들의 수장들이 마초맨으로 짜여진 상황에서, 미일과 중러 사이에 끼인 남과 북이 적절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국제적 갈등이 다시 증폭될 가능성이 오히려 커 보인다. 결국 독일처럼 장기적 연구와 준비된 상호교류로 서로 필요성을 느껴야 가능한 것이 통일이다. 통일 후가 내전상태라면 오히려 평화스러운 분단 상태가 낫다. 성급한 기대보다는 남북간 지속적 접촉과 교류를 통하여 ‘수령체제’인 북한에 남한과 국제사회에 대한 실상을 조금이라도 알리는 일이 누적되는 것에 희망을 갖자. 통일 후 평화스럽고 번영된 조국을 가질 수 있다는 꿈을 남과 북의 모든 사람이 가지게 될 때, 언젠가 우리에게 통일이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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