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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온갖 병의 뿌리’라는 속담이 있다. 반면 ‘술은 모든 약의 우두머리’라는 말도 있다. 술은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는 뜻이다. 마시면 취해 실수 하지만, 먹는 과정엔 갖추어야 할 예절이 있는 것 또한 술이다. 이를 두고 선현들은 술에도 도(道)가 있다고 설파 했다.

나라마다 독특한 술 문화가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서양 사람들의 술 문화는 자기 술잔에 알아서 따라 마시는 자작(自酌)문화. 중국은 잔을 마주쳐 건배하는 대작(對酌)문화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을 주고받는 수작(酬酌)문화다. 술을 주고받는다 해서 술잔을 맞바꿔 가며 마신 것은 아니다. 각자의 잔에다 술을 따라 주는 것이다.

수작(酬酌)은 또 다른 한자어로 수작(酬酢)이라고 쓴다. 수(酬)는 주인이 손님에게 술을 따라 주는 것이고, 작(酢)은 답례로 손님이 주인에게 따르는 것이다. 그러니까 수작은 주인과 손님 사이에 술을 권커니 자커니 하며 정다운 대화를 이어 가는 것을 말한다.

이런 뜻의 수작이 “허튼 수작 부리지 마!” 라는 표현처럼 ‘어떤 의도를 가지고 무슨 일을 꾸민다는 의미’로 자주 쓰여 술자리에서의 사용은 점점 사라지고 있으나 ‘권하는 것은 술이지 잔이 아니다’라는 깊은 뜻은 아직도 우리의 술 문화에 정감 있게 살아있다.

우리국민은 이런 ‘수작’을 많이(?) 하는 민족이 아닌가 싶다. 연간 술 소비량이 OECD 국가중 3위, 독주 소비량 1위여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 조사에서도 188개 국가 중 11위로 절대 강자여서 더욱 그렇다.

작년 한해 36억3천600만병의 소주가 판매됐다는 소식이다. 통상 소주 한 잔을 40㎖로 보면 총 327억2천800만잔을 마셨다는 계산이다. 성인 1명이 87병 혹은 779잔, 하루 평균 2.1잔을 수작을 한 셈이니 가히 ‘수작공화국’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개 중에는 시도 때도 없는 ‘허튼수작’으로 본인은 낭패를, 타인에겐 피해를 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음주등산과 음주자전거운전 단속 이유를 알 것 같다./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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