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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꽃 중의 꽃

 

봄꽃 터지는 소리로 거리가 수런하다. 산수유를 시작으로 벚꽃 목련 담벼락 개나리까지 문밖에 나서면 즐거운 비명이 절로 터진다. 방지턱을 비집고 올라온 민들레는 노란 꽃으로 수신호를 보내고 달빛을 받아 더 곱게 빛나는 벚꽃은 깊어진 봄을 더 환하게 밝히고 있다.

꽃놀이를 나섰다. 휘영청 밝은 달빛아래 개화를 시작한 꽃이 터널을 이루고 있다. 삼삼오오 꽃놀이를 나선 이들은 순간순간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여념이 없다. 꽃처럼 예쁜 미소와 환한 몸짓과 그리고 사랑의 말들이 꽃과 어우러져 봄을 빚어내고 있다.

꽃 중의 가장 예쁜 꽃은 사람 꽃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아이 셋을 데리고 산책 나온 젊은 부부의 모습이 정겹다. 한 명은 멜빵으로 안고 한 명은 유모차에 태우고 또 한 명은 손잡고 정말이지 고만고만한 아이들이다. 하는 짓이 얼마나 귀엽고 앙증맞은지 노는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요즘은 결혼도 미루고 자식도 하나 낳거나 아니면 자식은 포기하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도 많은데 다둥이 젊은 부부를 보니 믿음이 간다. 부부가 외롭게 커서 힘닿는 만큼 자식을 낳고 싶다고 한다. 여러 자녀들 속에서 자라면 정서적이나 인성적인 면에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자랄 때는 칠팔 남매가 보통이었다. 먹을 것 입을 것 등 모든 것이 부족했지만 여러 형제들 속에서 양보하고 나눌 줄 알면서 자랐다. 사과하나 생기면 서로 한 입씩 베어 먹으며 행복했고 아옹다옹 서로를 돌보며 자랐다.

티격태격 싸울 때는 나까지만 낳고 그만 낳지 가난한 살림에 동생들은 왜 그리 많이 낳으셨을까 야속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여러 형제를 낳아주신 부모님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동기간 서로 의지하고 마음 주고 받으며 사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팔남매에 딸린 가족들까지 다 모이면 대단하다. 경조사 등 집 안에 큰 일이 생겨도 걱정 없고 여러 형제 같이 여행도 다니며 즐겁고 사니 참 좋다.

우리도 새 식구가 생긴 지 6개월이다. 새 생명 탄생의 신비와 기쁨이 아직도 생생하다. 야무진 눈매하며 반짝반짝하는 눈빛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너무 가녀려서 손을 만지기도 발가락을 만져보기도 조심스럽던 아기가 이젠 방긋방긋 웃는다. 옹알이도 하고 배밀이를 하면서 제법 일도 저지른다. 입을 벌리면 토끼처럼 쏙 올라온 치아를 보이며 함박꽃처럼 웃는다. 이유식도 하고 움직임도 빠르다. 적당히 고집도 부릴 줄 알고 엄마가 눈에 띄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비교적 순한 편이다. 잠투정도 없고 울음 끝도 짧아서 봐주기도 수월하다. 아니다. 내가 아기를 돌봐주는 것이 아니고 아기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봐주는 것이 맞다. 아기 앞에서 재롱을 떨면 아기가 즐거워하고 환하게 웃는다. 웃는 모습이 예뻐서 그 모습을 보려고 재롱을 떨고 기쁨을 얻는다.

생명이란 그런 것이다. 겨울을 견딘 나무가 새봄이 되면서 꽃을 피우고 나비와 벌을 불러들여 초례청을 차리고 열매를 맺고 그 열매를 키우는 동안 가뭄도 오고 태풍과 천둥번개도 이겨내면서 마디를 키워나가는 것처럼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아름답다.

꽃구경 나온 선남선녀가 그렇고 지팡이에 의지한 채 힘겹게 발걸음을 떼어놓는 어르신이 그렇다. 부모 품에 안겨 봄나들이 나온 아기의 환한 표정이 꽃보다 아름답다. 봄꽃 터지는 밤 꽃보다 먼저 번지는 행복 바이러스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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