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룡문]장어의 눈물
[창룡문]장어의 눈물
  • 경기신문
  • 승인 2018.04.0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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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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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풍천(風川)은 지도에 없다. 특정 지명이 아니라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강 하구’를 통칭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민물장어’하면 전북 고창의 ‘풍천장어’를 떠올린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인천강을 끼고 있는 고창이 브랜드를 선점한 덕분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요즘은 어린 실뱀장어를 강에 풀어 키운 양식장어 길러서 판다. 자연산장어는 씨가 말라 잡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워낙 가격이 비싸서다. 풍천에 조차 풍천장어가 없는 요즘이지만 선운사 입구 인천강변에는 식당들이 줄지어 있고, 집집마다 장어 굽는 연기가 여전히 고소히 번진다.

복분자와의 찰떡궁합으로 미식가와 애주가의 사랑을 받고 있는 민물장어에는 비타민A가 소고기의 200배나 들어 있다. 단백질 함량과 칼로리가 높고 불포화지방산이어서 성인병 예방, 허약 체질의 원기회복에도 좋아 찾는 사람이 많아 더욱 그렇다. 여기에는 보신을 갈망하는 마니아들도 포함된다.

바닷장어인 먹장어(곰장어), 붕장어(아나고), 갯장어(하모)도 영양이 풍부하지만 민물장어를 따르지 못한다. 큰 것은 살이 탄탄해서 씹는 맛이 있고 작은 것은 부드러워 좋다.

수요가 많다보니 민물장어는 귀한 몸값을 자랑한다. 완전한 양식이 되지 않고 그나마 인공적으로 산란과 부화를 할 수 없어 그렇다. 대신 실뱀장어를 잡아 키우지만 역시 만만치 않다. 장어는 민물에서 5~12년 살다 알을 낳기 위해 바다로 간후 태평양 심해에서 산란하고 죽는다. 알은 부화하여 렙토세팔루스라 불리는 버들잎 모양의 유생기를 거쳐 어미가 살던 곳으로 회귀하다 강 가까이에서 실뱀장어로 몸을 바꾼다. 시기는 3∼6월경이다. 어민들은 이때 실뱀장어 포획하는데 그 수가 매년 줄고 있다.

한강 하류 행주나루는 실뱀장어 유명 포획지 중 한 곳이다. 그러나 최근 이곳에 신경계 독소를 뿜어내 실뱀장어를 잡아먹는 끈벌레가 대거 출몰, 고양시 어민들의시름이 깊다고 한다. 출몰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가운데 어민과 장어가 눈물을 흘리는 형국이다. 철저한 사실규명,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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