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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청와대의 단계적 개헌론

 

청와대가 개헌 쟁점 중 여야가 합의 가능한 부분만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하고, 권력구조를 비롯한 합의를 보지 못한 부분은 2020년 총선 때 추가로 개헌을 추진하는 ‘단계적 개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합 뉴스가 보도했다. 만일 청와대가 진짜 그런 의향을 가지고 있다면 매우 잘한 결단이라고 칭찬해주고 싶다. 권력구조 문제는 ‘6월 개헌 투표’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뚝딱 처리할 문제는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에서 약속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약속이 지켜져야만 우리 정치를 예측가능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청와대가 6월 개헌 국민투표를 밀어붙이는 것도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를 예측가능하게 만든다는 차원에선 권력구조 개편 역시 약속을 지키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다. 권력구조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한국 정치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개헌에서 권력 구조 개편 문제는 정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전개된 정치권의 개헌논의에서는 신중함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청와대는 몰라도 여당은 무조건 청와대의 개헌안을 찬성하고 있다는 느낌이었고,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의 개헌안은 제대로 내놓지도 못하면서 청와대의 개헌안을 무조건 반대만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6월이 아니라 야당의 주장대로 10월에 개헌 국민투표를 한다하더라도 제대로 된 권력구조 개편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던 차에 청와대가 권력구조는 차기 총선 때 다시 한 번 국민들에게 물을 수 있음을 시사하고 나선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일단 국민들이 권력구조에 대해 보다 면밀히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2년 동안 각종 권력구조에 대해 국민들이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정치권과 청와대 그리고 언론은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민도가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대통령제를 제외한 다른 권력구조를 잘 안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직접 경험한 바에 따르더라도, 심지어 정치인들 중 일부도 의원 내각제와 대통령제를 헷갈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독일이 내각제가 아닌 대통령제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 정치인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그냥 대통령이 존재하면 대통령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각제를 하는 국가에서도 상징적인 국가 원수는 필요하기 때문에 대통령을 둔다. 물론 왕이 있는 나라들의 경우 왕이 상징적인 국가원수를 수행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필요 없지만, 왕이 없는 국가에서는 상징적인 국가원수로서의 대통령을 두고 있다는 말이다. 이렇듯 정치인들 중에서도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는데, 하물며 일반 국민들의 경우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치권과 언론은 모든 것을 제쳐두고서라도 외국의 권력구조의 장점과 단점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대통령제의 폐단을 충분히 경험한 우리의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지난주 우리는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서 24년형을 언도 받는 모습을 다시 지켜봐야 했다. 바다 건너 브라질에서는 진보 대통령 중 가장 주목을 받고 상당한 인기를 누렸던 노동자 출신 룰라 전 대통령이 부패혐의로 12년 1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유렵 국가들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내각제가 아닌 권력구조를 가지고 있는 프랑스의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리비아로부터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재판정에 서게 생겼다. 이렇듯 전직 국가 원수들이 재판정에 서게 됐거나 아니면 감옥에 가게 생긴 국가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대통령제를 하거나 이원집정부제라는 변형된 대통령제를 실시하는 국가들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대통령제는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는 권력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도 이제는 편견을 버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권력구조에 대한 심각히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그런 시간이 주어질 것 같다. 그래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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