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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4년, 눈물이 화석돼 가슴에 박힌 시간

천사가 된 아이들아, 하늘의 별이 된 어른들아,
살아남은 자는 슬픔의 멍에를 지고 살아야겠지
사람사는 세상에서 부둥켜안고 눈물 흘릴 그날까지

 

▶▶관련기사 4·6·18·19면

세월호 4주기


그대들 떠나고 4년.

세월호는 이제 바로 세웠지만 그 안에서 한순간 즐거운 추억을 기대했던 그대들은 이 땅에 없구나.

살아남은 우리는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해야 하나. 살아남은 자는 슬펐고, 슬프고, 슬픔의 멍에를 지고 살아야겠지. 숙명이니까.

왜 구하지 않았니? 라고 지금도 우리에게 묻고 있는 차마 피지도 못하고 별이 된 어린 영혼과 삶의 꿈을 고스란히 수장시킨 넋들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니까.

‘놀러가다 죽었다’는 비아냥을 능지처참하는 심정으로 보낸 날들과 용서도 사치라는 심정으로 절규하며 지내 온 시간들이 흘렀구나.

천사가 된 아이들아, 별이 된 어른들아, 그대들을 묻고 지내 온 날들과 지내야 할 날들이 날마다 비가 되어 가슴에 내린다. 봄비로 장마로 가을비로 겨울비로 슬픔이 넘쳐 마음의 둑은 매일 무너져도 일상은 지나갔구나. 구하지 않은 뻔뻔함과 구하지 못한 미안함이 공존했던 잔인한 일상이 그렇게 흘렀구나.

오지 않을 그대들을 기다리며 살아 온 4년과 앞으로 올 400년도 우리함께 지내자꾸나. 마음은 이미 4년전 그날부터 하나였으니. 그대 친구들이, 후배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살아갈 우리네 운명을 잘 지켜주렴. 우리 모두의 천사들아, 별들아.

전윤호 시인은 시 ‘천사들의 나라’에서 이렇게 울었다.

‘우리는 이제 걱정 없을 거다/삼백 명 아이들이 천국으로 가/천사가 되었으니/두고 온 나라를 보살펴 주겠지/책임 있는 자들이 침묵하고/예수 팔아먹는 목사들이 망언을 해도/우리는 이제 잘나갈 거다/심청이처럼 바다로 뛰어든 아이들/남겨진 부모를 생각할 터이니/하느님이 보우하사/우리나라 만세다’

봄이 와도 꽃이 피어도 좋은 줄 모르고 산 세월이었다.

양심이 비양심에게, 정상이 비정상에게 수모를 당하며 견뎌온 시간. 마침내 그대들은 우리의 가슴에 촛불로 오롯이 타올라 세상을 바꾸었구나. 눈물이 굳어 화석이 된 시간이 흘러 마침내 대통령이 그대들에게, 우리에게 용서를 비는구나.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을 듣는구나.

그러나 오지 못할 그대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가슴에 묻은 부모들께 그 어떤 사과가 위로가 될까. 되지 않을 것이다.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잊지 않으면, 않는다면, 아니 최소한 ‘이제 그만 하자’는 말만 하지 않는다면 겨자씨만한 위안이 될까.

잊지 않는다.

아직 뼈 한 조각, 살 한 점 찾지 못해 어두운 바닷 속을 떠도는 다섯 영혼도. 대통령이 끝까지 찾겠다니 믿어야지. 얼마나 춥고 외롭고 무서운 시간들일까. 알지 못하는 우리는 애타는 가족들에게 마음의 등불 하나 간신히 보태며 기다리는구나. 그대들 돌아오는 날, 마음의 빚 조금 사라져 그래도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바다는 용서해야지. 구하지 않은 사람들은 말고, 바다만 바다만 용서해야지.

우리는 아직 가슴 속 노란 리본을 지우지 않았으니 그대들도 우리를 잊지마시라. 참이 거짓을 이겨 완벽한 ‘사람사는 세상’에서 부둥켜 안고 눈물 흘릴 그날까지.

/최정용기자 we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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