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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

                                                                            /김영준

며칠간 도롱뇽은 길을 잃었다
늘 다니던 길을 잃고 허우적거리다가
그 길 위에서 말라 죽었다
어느 촌로가 흘린 마른 멸치처럼
무더기로 쏟아졌다
산길 오르막에 콘크리트 길을 만든다고 쳐놓은 틀에 갇혀

염천이 그들을 건조하고 있는 동안
내가 생각한 건 고작 멸치 육수뿐이었다
물에서 나오는 즉시 멸하는
작은 짐승

불어터진 국숫발처럼
나도 나의 발걸음도 동강동강 끊어지고 있다

- 김영준 시집 ‘물고기 미라’ 중에서


 

오늘은 뒤돌아보고 성찰해보자. 내가 모르는 나의 행동이 다른 생명의 길을 막지는 않았는지, 혹은 내가 알고 있었다 할지라도 그 결과를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서 다른 사람에게 치명적인 해독이 되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다른 생명이 길을 잃고 말라 죽지는 않았는지, 또 그래서 다른 사람이 나도 모르게 쳐놓은 틀에 갇혀 멸치처럼 마르고 있지는 않은지, 그들이 나의 불민함으로 죽도록 고생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멸치국수의 국물 맛이나 면발이나 고명에 대하여 툴툴거리고나 있지는 않은지, 내가 해주는 만큼 그들이 나에게 주는 게 없다고 인상이나 박박 쓰고는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자. 지금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얼굴과 눈빛부터 살펴보자. /김명철 시인

문화 가 - 00224<일간> 2002년 6월 15일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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