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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떨어지는 꽃

피는 건 오래여도 지는 건 잠시라고 했던가. 전국적으로 개화 소식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천지간에 낙화 소식뿐이다. 그러나 꽃의 절정은 낙화 직전이라는 말처럼 아직 꽃을 머리에 이고 있는 나무들의 자태가 보기 좋다. 바람결에 흩날리는 벚꽃 잎을 보면 더욱 그렇다. 견디다 못해 떨어져 거리에 나뒹구는 꽃잎조차 불쌍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꽃말이 순결·담백이어서 그런지 마음 한 켠을 아리게 한다.

시인 이형기는 이런 모습을 ‘낙화’란 시에서 다음과 같이 읊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봄 한철/격정을 인내한/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분분한 낙화/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지금은 가야 할 때/무성한 녹음과 그리고/머지않아 열매 맺는…”

물론 지는 꽃이 모두 다 아름다운 건 아니다. 큰 몸체를 자랑하며 피운 큰 꽃일수록 마지막은 처량하다. 순백의 육감적인 꽃잎이 누렇게 마른 누더기가 돼 힘없이 떨어질 때 세상에서 가장 참혹한 꽃이 된다는 목련이 대표적이다. 그런가 하면 피처럼 붉은 꽃잎을 힘없이 떨어뜨리며 노란 꽃술만 남기는 동백도 비슷하다.

인생은 멀고, 또한 순간적이다. 봄꽃의 낙화도 다르지 않다. 길고 혹독한 겨울 동안의 인내를 생각하면 봄꽃들의 황홀한 개화는 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정말 찰나에 불과해서다. 낙화를 보면 슬픈 것도, 더욱 속절없고 애달픈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이제 곧 봄날은 가고 그렇게 떠난 자리에는 어느새 녹엽이 그 자릴 대신 할 것이다. 낙화는 꽃의 죽음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도 아마 이 때문 아닌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마다 공천 신청자들의 낙화 소식이 연일 들리는 요즘이다. 엊그제 TV토론까지 마친 민주당 경기도지사 공천에서도 곧 낙화 소식이 예고되어 있다. 일찌감치 낙점을 받은 각당 후보들 또한 본선을 대비하며 피운 꽃을 떨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이다. 아름다운 꽃으로 다시 개화 하려면 승복(承服)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다가올 때보다 떠나갈 때가 중요하다”는 진리가 새삼 생각나는 시점이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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