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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아포리아]우리는 부부? 친구? 남매?

 

20년 전에 했던 인성검사에 이런 질문이 있었다. “나는 부모님을 사랑했었다”. 답변으로는 ‘네’와 ‘아니오’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했다. 그런데 어떤 답변을 선택하든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분명히 난 과거에도, 지금도 부모님을 사랑한다. 그런데 질문이 과거형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는 했다.

서로 사랑하는 많은 연인들은 결혼하고 부부가 된다. 만약 결혼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부부에게 “나는 배우자를 사랑했었다”라는 질문을 하면 어떤 선택을 할까? 답변은 ‘네’와 ‘아니오’만 가능하다. 이 질문은 ‘현재’와 ‘사랑’이라는 두 가지로 인해 우리를 아포리아(난관)에 부딪히게 만든다. 사랑해서 부부가 되었지만, 그 때 감정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을까? 그리고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과연 사랑 맞나? 현재 우리는 배우자를 사랑하며 살고 있을까?

부부는 서로 사랑하며 함께 할 때 더 행복하다. 그런데 많은 부부가 사랑 대신 정(情), 의리 등으로 살아간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사랑이라고 하면 연인 시절의 사랑을 떠올리곤 한다. 그 시절과 다른 지금의 감정을 사랑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마치 배우자에 대해 사랑이 사라진 듯하다.

시대와 문화가 변화하면서 사랑도 변화한다. 하지만 그런 변화에도 변하지 않는 사랑의 요소가 있다. 심리학자 로버트 스턴버그(Dr. Robert J. Sternberg)는 자신의 ‘사랑의 삼각형 이론’을 통해 변하지 않는 사랑의 세 가지 요소를 이야기한다.

이 세 가지 요소가 균형 있게 발달할 때 성숙한(혹은 완전한) 사랑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변하지 않는 사랑의 요소는 ▲친밀감(intimacy) ▲열정(passion) ▲책임/헌신(commitment)이고 각 요소가 균형 있게 발달하면 정삼각형이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다른 모양의 삼각형이 만들어진다. 우리는 나와 배우자의 삼각형 모양이 어떤 모양인지 확인해야 한다.

친밀감은 부부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서로 가까운 사이라는 느낌이다. 친밀감이 높은 부부는 사소한 문제는 쉽게 넘어가지만, 친밀감이 낮은 부부는 사소한 문제가 큰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열정은 그 사람과 하나가 되고 싶은 강한 욕망이다. 연인, 신혼기에 높게 나타나는 이것을 많은 부부가 사랑의 전부라고 오해한다. 하지만 이것은 세 가지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열정은 사랑하는 관계에서 낭만이나 성행위 같은 것들로 이끌어 주는 강한 신체적 매력, 욕구를 불러온다. 헌신은 인지적인 측면이 강하며 단기적으로는 상대를 사랑하겠다는 결정, 장기적으로는 그 사랑을 지속시키겠다는 결심이다. 자녀 양육 시기 등 힘든 시기를 함께 보내는 부부에게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배우자와 친밀감만 있는 사랑은 친구일 뿐이다. 친밀감만 낮다면 얼빠진 사랑이다. 감정적으로 가깝지 않아 갈등 해결이 미숙하고 헤어지기 쉽다. 열정만 있는 사랑은 도취성 사랑이다. 배우자는 섹스 파트너일 뿐이다. 열정만 낮다면 우애적 사랑이다. 배우자와 삶이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과의 로맨스를 꿈꾼다. 헌신만 있는 사랑은 공허한 사랑이다. 형식적으로 부부 관계를 유지한다. 헌신만 낮다면 낭만적 사랑이다. 육체적·감정적으로 가깝지만, 서로에 대한 책임이 없어 미래가 불안하고 위험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배우자에게 사랑받고 배우자를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다. 부부의 성숙한 사랑을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부부만의 시간’이다. 배우자 사랑의 삼각형이 어떤 모양인지 확인하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의 시작이 둘만의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어색하다고? 어색한 것이 불행한 것보다 괜찮지 않을까? 어색함은 금방 사라진다. 둘만의 시간이 없는 부부에게 성숙한 사랑은 어려운 이야기이다. “아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적용해야 한다. 의지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실행해야 한다” 괴테의 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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