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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꺼진 대북 확성기

사람의 마음을 이용 상대방에게 타격을 가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는 심리전. 예부터 전쟁 필수 아이템이었던 만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중국 한(漢)나라는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했던 나라가 아닌가 싶다. 기원전 202년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이 천하를 다투던 때, 항우의 군사가 한나라의 명장 한신에게 포위당하고 말았다. 한신은 한나라 병사 중 초나라 출신들을 뽑아 밤마다 초나라 노래를 부르게 했다. 초나라 병사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결국 전의를 상실해 도망가거나 항복하고 항우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물론 덕분에 유방은 통일까지 이뤘다. 고사성어 사면초가(四面楚歌)도 여기서 유래 됐다.

중국은 이와 비슷한 심리전을 6·25때도 사용 했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유엔군이 압록강까지 진격했을 때 중공군 30만 명이 투입됐다. 그들은 밤마다 피리와 나팔을 불고 꽹과리를 요란하게 두들기며 유엔군을 공격했다. 영하 30도를 밑도는 추위와 악기 소리 공포에 떤 유엔군이 결국 싸움을 포기하고 남쪽으로 물러났다. 바로 ‘1·4 후퇴’다. 남북한이 방송 및 확성기와 삐라를 통해 서로의 체제를 비난하는 심리전을 펼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방송이 심리전에 단골메뉴로 활용되는 이유는 명료하다, 특정한 집단의 의식에 작용하여 전투 의사를 감퇴 또는 박탈시키기 때문이다. 위력도 대단하다. 때문에 ‘음향 미사일’이라고도 불린다. 세계적으로도 이 같은 사실이 증명된 바 있다. 서독의 대동독 방송은 동독인들의 의식 변화와 민중봉기의 촉매제로 작용했고, 미국의 자유유럽방송 역시 소련과 동유럽의 와해와 민주화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나서다.

남북이 분단된 우리나라는 방송 이외에 아직까지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확성기를 통한 심리전을 펼치는 유일한 나라다. 우리측에서 보내는 ‘자유의 소리’는 그동안 정치적 현안에 따라 ‘켰다·껐다’를 반복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계속되어 왔다. 그러나 어제(23일) 0시를 기해 다시 전면 중단 됐다고 한다. 새로운 평화의 바람을 타고 이번엔 영구 중단 됐으면 좋으련만…./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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