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상]슈어드의 냉장고와 통찰력
[자치단상]슈어드의 냉장고와 통찰력
  • 경기신문
  • 승인 2018.04.24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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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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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원기 신한대 공공행정학과 교수

슈어드의 냉장고는 오늘날 미국 알래스카주를 비아냥대는 말이다. 알래스카주는 아메리카 대륙 북서쪽 끝에 있는 미국의 주다. 인구는 백 만 명도 안 되지만 면적은 자그마치 한반도의 7배이며, 대한민국의 15배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이다. 미국 내에서도 본토인 48개 주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알래스카 지역은 1741년 덴마크 탐험가 비터스 베링(Vitus Bering)이 이끄는 러시아 선원들이 북태평양을 탐험하다가 발견하였다. 베링은 당시 러시아 황제 표트르 1세의 위탁을 받아 탐험하였기 때문에 이 지역은 자연스럽게 러시아 땅이 되었다. 이후 영국, 스페인, 미국 등지에서 탐험가들이 왕래하였고, 바다 수달 등 여러 가지 동물모피를 거래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모피 교역이 줄어들면서 미개발 상태였던 알라스카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줄어들었다.

알래스카 지역은 1799년부터 1867년까지 러시아 아메리카 회사가 관리하였다. 그런데 이즈음 러시아는 크림 전쟁으로 인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때마침 당시 미국 국무 장관이었던 윌리엄 H. 슈어드(William Henry Seward)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알래스카 전 지역을 불과 720만 달러, 즉, 1㎢당 5달러가 못 되는 헐값으로 러시아로부터 구입하는 조약을 성사시켰다. 그러자 미국 내 반대 여론이 맹렬했다. 국민들은 알래스카가 슈어드의 냉장고라며 맹비난했다. 눈과 얼음으로 덮인 쓸모없는 땅을 막대한 재정으로 사들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의회비준도 부결될 위기에 처했다.

이 때 슈어드는 다음과 같이 호소하였다.

“여러분! 나는 얼음덩어리인 알래스카를 바라보고 사자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그 안에 숨겨진 엄청난 자원을 바라보고 사자는 것입니다. 우리 세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서 그 땅을 사자는 것입니다.”

그의 호소가 먹혀들었는지, 의회에서 겨우 한 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통과되었다. 당시 러시아 협상단은 이 과정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다가 마침내 의회통과가 되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귀국해서는 성공적인 협상을 이끌어낸 공로로 큰 환영을 받았다.

슈어드의 냉장고로 천대받았던 알래스카는 점차 그 가치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1880년대 들어 그 지역에서 금이 발견되었고, 이후 미국인의 정착이 크게 늘어났다. 금뿐만이 아니라 각종 광물자원이 발견되었고, 심지어 석유까지도 발견되었다. 알래스카에서 채굴된 철광석 한가지만으로도 매입금액 720만 달러의 몇 배나 되는 4천만 달러어치가 발견되었다. 철광석 하나만으로도 이럴진대, 다른 자원의 양을 고려한다면 알래스카의 경제적 가치는 어마어마하였다. 또한 이 지역은 안보적 가치로도 대단하였다. 미국이 1941년 일본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알래스카의 전략적 위치가 중요해졌고, 전쟁 중 알래스카는 중요한 물자공급원이었다. 경제적으로나 안보적으로 이 지역의 중요성은 확고하였다. 이에 미국 의회는 매우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알래스카를 1959년 1월 3일 미국의 49번째 주(州)로 편입하였다. 눈 덮인 쓸모없는 땅이 귀한 땅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은 알래스카에 매장된 엄청난 양의 자원과 안보의 전략적 위치 덕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슈어드의 통찰력 덕분이었다.

앞으로 며칠 후면 남한과 북한 사이의 정상회담이 열린다. 세기의 회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유는 회담에서 얻어질 성과가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 나아가 세계평화와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회담은 속임수가 있어서도 안될 것이며, 진정한 마음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삶과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한 진지한 자세로 임하면 모두가 환영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과거 일부 사례처럼 이벤트 행사가 되어서는 안 되며, 현 세대와 미래세대를 함께 위하는 훌륭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슈어드의 결단이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훗날 강한 미국의 밑바탕이 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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