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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미(未), 아직이 지닌 거리

 

며칠 전 미디어에서 눈이 가는 글이 있었다. 자존감과 타인에 대한 믿음이 2가지가 자신이 20대 미혼모임을 밝힌 이유였다고 한다. 독자들의 성향이 어떤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의 처지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노출시키면서 당당하게 살 것을 선언했다. 거기에 댓글이 길어지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댓글의 내용을 옮긴다.

미혼모는 개인이 처한 상황에 대한 설명이지 특정 개인을 부르는 호칭도 아니고 주홍글씨는 더 더욱 아닙니다. 조심스럽지만 저 개인의 생각을 말씀드려도 될까요? 솔직하게 말씀드려 앞으로는 님도 자신을 미혼모라고 소개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의 몸이 결혼이라는 절차가 없었다고 해서 임신이 안 되고 출산을 못하게 설계된 것은 아니지요. 님이 미혼모라면 미혼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이 질문에 답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다만 미혼모라는 호칭 아닌 호칭이 지나치게 편파적이라 안타깝기도 하고 화도 납니다. 굳이 미혼모라는 호칭을 쓰려면 미혼부모라고 해야 적절하다고 봅니다.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르는 사람은 미혼모가 아니라 편모가 맞지 않을까요? 하긴 그 말도 횡포이며 편견입니다. 결혼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혼자 아이를 길러야하는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떠안은 용기있는 여성입니다. 그 누구도 비난할 자격은 없습니다. 언제나 당당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사십시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그 안에서 행복할 수 있습니다. -중략-

나는 미혼모라는 말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여자를 말하는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호칭이다. 그러면 아이를 낳게 한 남성은 자신을 미혼부라고 소개할까?

자신에게 닥칠 질시와 냉대, 몸으로 겪어야 하는 모든 편견과 불이익을 두려워하면서 한 생명을 품은 모성이다. 다만 남들처럼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아이의 생물학적 아버지와 함께하지 못할 뿐 다른 엄마와 다른 것은 조금도 없다. 그렇다면 누구엄마 혹은 ㅇㅇㅇ씨라고 불러야한다.

미혼모라는 편견의 잣대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조선이 건국을 하면서 억불숭유 정책으로 관혼상제에도 유교의 예법을 중시하게 되었다. 유교의 전통 혼례 즉 육례를 갖추어 혼인을 하는 것만이 정상적인 결혼으로 인정했다. 연애결혼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야합(夜合)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는 잣대로 이성교제는 엄두도 못내는 폐쇄적인 사회로 굳어갔다.

성차별은 점점 수위를 더 하게 되었다. 미혼모뿐이 아니라 미망인이라는 말도 있다. 몇 해 전에 관내 여성단체에서 주관하는 워크샵에 참여한 일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미망인회라며 소개하고 지명되신 분이 일어나서 인사를 한다. 아직 젊고 아름다운 청순가련형의 가을 길의 코스모스 같은 여성이었다. 유족이라는 말을 두고 미망인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미망인이라는 말이 지닌 의미는 죽은 남편을 따라 마땅히 죽어야 하는데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것도 아내를 잃은 남편에게는 결코 쓰이지 않는 말이다.

미혼모, 미망인 제시되는 모든 아직(未),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있는 의미를 담고 있는 한 사람을 인격의 주체가 아닌 제도나 관습 또는 도구의 포로로 잡고 있다. 이제 그 올가미를 벗고 순수한 자존과 실현의 길을 모색하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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