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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 물고 수없이 덧칠… ‘입으로 그린 희망’ 빛보다

대안공간눈 ‘사회소수자 전시 지원’
첫 개인전 여는 뇌성마비 김준호 작가
검은색 하나로 선의 굵기·모양 조절

 

‘Mouth-Drawing 2018’ 전

미술은 몸을 사용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능동적으로 이뤄지는 이 작업은 수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장애인에게는 접근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는 김준호 작가는 이처럼 수동적이라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미술을 시작했다.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고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시작한 그의 그림은 그 어떤 아름다운 작품보다 특별한 가치를 가진다.

수원 대안공간 눈에서 다음달 2일까지 열리는 ‘Mouth-Drawing 2018’ 전시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작가의 치열한 흔적들이 담겼다.

손을 사용할 수 없는 김준호 작가는 펜을 물고 그림을 그린다.

몸이 흔들리기 때문에 선을 길게 그릴 수 없어 수없이 덧칠을 한 끝에 그림을 완성한다.

그의 작품에 가장 큰 특징은 검은색 볼펜 하나로만 그린다는 것이다.

색이 없이 검은 선으로만 채워진 그림이 단조로울 법하지만 김준호 작가는 선의 굵기와 모양을 달리해 그림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김준호 작가는 “장애인은 몸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제한이 많다. 따라서 그림 그리는 재료에 제한을 두되 다양한 이미지를 구현하는 과정을 통해 장애인이 삶에서 직면하는 제한들을 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없는 굽의 화분’ 작품도 인상깊다.

제목 그대로 굽이 없는 선반에 아슬아슬하게 놓인 화분은 장애 때문에 뒤꿈치를 들고 걷는 자신의 걸음걸이를 표현한 것이다.

그는 “일반인들은 발을 모두 땅에 딛고 걷기 때문에 ‘없는 굽의 화분 이미지’가 생소할 수 있지만 장애인들만이 발견할 수 있는 이미지라는 점에서 이 그림이 장애인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안공간눈의 ‘사회소수자 전시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첫 개인전을 열게된 김준호 작가는 “몸의 불편함을 환기시킬 수 있는 수단이 그림이었고, 그림을 통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라며 “많은 분들이 제 그림을 보고 일반인들이 알지 못했던 감수성을 발견하고 장애인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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