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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바라건대 비는

 

바라건대 비는

/이혜준

아득히 세찬 빗속 차디찬 인정이여
이 모를 철새들은 뜻 없이 오가건만
안개 속 68년 헤메여 도는 세월이여 꿈이여

비바람 찬 서리에 찢겨진 조국 산천
금강산 수리취도 독도의 해국에도
겨레의 뿌리가 되도록 빛이 되어 피어라

불러라 달려가라 쏟아지며 흩어져라
팔천만 풀꽃, 풀꽃들 넉넉히 적셔주는
평화의 햇살되어라, 하나되어 빛나라

 

 

한 편의 시를 바른 혜안으로 살피고 시안으로 들어가 감성을 넣어서 깊이 있게 분석하는 일이란, 매우 어렵고 리스크가 작용하는 부담이 들 때가 많다. 벼랑 끝에선 북한사람들의 변화를 감지하고 보면 때마침 분단의 아픔이 평화로 이어지는 염원과 희망 같은 시를 만나게 된다. 시심이 노을처럼 어눌하게 비치는 영상적인 이해관계를 넘어 시인이 바라는 일들은 비단 시인의 마음 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소원일 것이다. DMZ경계가 무너지는 시대가 오는 듯 사람들 마다 기대의 눈빛이 맑다. 한적하고 외진 곳, 모든 것이 그윽한 북한의 동경들이 철 따라 피었다 철 따라 지는 꽃들처럼 친근한 두 사람이 가슴으로 전위되는 악수를 나누면 좋겠다.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난 맑은 대지의 생명들로, 수줍은 지난날의 생사를 소떼처럼 몰고 돌아왔으면 좋겠다. 북녘 땅 그리운 마음들로 꽃들도 화창하여 저절로 마음이 흐뭇해진다.

/박병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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