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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개방형 고교학점제, 왜 필요한가?

 

고교학점제를 말하기 전에 현재 대한민국 고등학교 교육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은 이제 더이상 손댈 수 없을 정도로 파행이 고착화된 지가 오래다. 수시모집 이후에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은 정상수업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대학을 진학하지 않는 약 30%의 학생들은 자신의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도 않고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과목을 억지로 이수하느라 삶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미래학교는 학생 개개인의 행복한 삶을 지원하기 위하여 개별 학생들이 진로와 관련하여 각각 필요로 하는 과목을 충분히 선택할 수 있도록 개인화교육과정(personalized curriculum)을 운영해야 한다. 개인적인 선택보다도 국가와 학교에서 제공한 교육과정의 고정된 틀 속에서 학생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의무적으로 많은 과목을 이수해야 하는 오래된 시스템으로부터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개인적 필요와 진로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배울 수 있는 제도가 절실히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고교생부터는 자신의 삶과 진로를 고려하여 학생들에게 특정 과목을 선택하지 않을 권리와 함께 더 많이 선택할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고 본다.

문제는 학교의 교사 수, 교사의 업무부담, 시설환경 등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교사 정원제, 행정업무와 교육을 동시에 해야 하는 시스템에서는 단위학교 혼자서 많은 과목을 개설하기 매우 어렵다. 그러므로 단위학교에서 수행해야 하는 교사의 업무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많은 과목을 개설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점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학교들이 연합하여 지역단위 공동교육과정을 개설하고 학교간의 벽을 허물어야만 학점제가 성공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지자체와 협력하여 학교의 교과교실, 도서실, 휴게실 등 시설 환경을 개선하고 지역사회 교육관련 시설과 인적자원을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 즉 학생을 중심에 놓고 모든 학교와 지역사회의 물적·인적 자원을 총동원하여 책임과 권한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것이 ‘개방형 고교학점제’이다.

예컨대, 광명시의 경우 오는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대학진학을 희망하지 않는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들이 일주일 중 하루는 광명공업고등학교에 가서 ‘목공’ 혹은 ‘건축’을 배울 수 있으며 광명회계고에 등교해서 전문화된 시설을 활용해 ‘정보’과목 혹은 ‘창업’과목을 이수할 수 있다. 또한 대학을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학교에 개설되지 않은 경제과목, 제2외국어, 과학, 예술, 체육 등 전문 과목이 설치된 다른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자신의 특기를 키우며 관련 대학 입시를 준비할 수도 있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입시에도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와 관련한 과목을 더 많이 이수함으로써 대학 수시전형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고교학점제는 이미 많은 나라에서 시행하고 검증된 제도다. 다만 우리나라와는 시스템과 환경의 차이가 있는 부분이 있어서 한국형 학점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충분히 준비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을 뿐이다. 학교와 학교간의 거리가 멀거나 홀로 동떨어져 있는 농어촌 및 도서 지역의 학교는 지역사회의 교육시설을 활용하고 국가 수준에서 양질의 온라인 공개강좌를 개설하여 단위학교 내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할 필요가 있다.

개방형 고교학점제가 추진된다면 고교 교육과정 운영이 질적으로 내실화될 것이고 학생들이 지금보다 더욱더 즐거우면서도 행복하게 학습을 즐길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함에 있어서 지금보다 더 활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학교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학생 개인별 교육과정이 존중되며 학생을 중심으로 지역의 모든 학교와 지자체,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교육 거버넌스가 자연스럽게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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