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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화성과 함께 ‘평화’ 만드실래요?

 

내년이면 3.1운동이 꼭 100주년을 맞는 해이다. 근 10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일본은 공식적인 사과는 뒤로 한 채 제 잘못 지우기에만 급급하다.

어디 우리나라뿐일까? 우리와 같은 전쟁의 아픔을 겪는 나라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여전히 존재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

100년이란 긴 세월 동안 수많은 것들이 성장하고 변했으나 아픔의 역사는 계속 반복되고 있다. 어쩌면 앞으로 100년, 우리의 자녀들이 성장하고 그 후손들이 세상을 이끌 때에도 지금의 역사가 반복될 수 있기에 화성시민들은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 첫발은 2014년 동탄 센트럴파크였다.

시민들이 소녀상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단순히 일본이 저지른 반인륜적 만행을 고발하고 보상을 요구하는 것 이상이었다. 십시일반 모은 성금에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평화를 염원하는 인류 공동의 약속이 담겨있다.

화성시는 특별한 도시이다. 일제 강점기 그 어느 곳보다 격렬한 독립운동을 펼쳤던 도시이자, 가장 잔인한 탄압을 받은 도시였다.

비폭력 저항운동이었던 3.1운동은 화성에 이르러 그 양상이 변했다. 이에 일본군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독립운동에 가담했던 주민들을 교회에 가두고 총살했다. 증거를 없애고자 불까지 질렀다. 1919년 4월 15일이었다.

99년이 지난 현재, 그곳에는 제암리 3.1운동 순국기념관이 자리해 있다. 화성은 잊혀진 독립운동가에게도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조국을 되찾고자 평화를 지키고자 희생했던 선열들을 찾는 일에도, 그들의 유족들을 돌아보는 일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시민들 역시 그것이 당연한 일이자 해야만 일이라는 것에 공감했다.

시민들은 세계로 나아갔다. 두 번째 평화의 소녀상이 전 세계에 제암리 학살사건을 알렸던 스코필드 박사의 도시, 캐나다 토론토시에 세워졌다.

세 번째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2016년 중국 상하이에 세워졌다. 앞서 세워졌던 소녀상들과는 달리 전통 의상을 입은 중국인 소녀와 나란히 앉은 모습의 ‘한·중 평화의 소녀상’이다. 일본군 위안부라는 같은 아픔을 가진 두 나라의 소녀상은 한국과 중국을 넘어 전 세계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충분했다.

화성은 이때를 시작으로 연대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사실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의 보이지 않는 제재와 압박으로 여러 번 무산됐지만 상하이와의 연대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것이다.

지난해 4월 15일, 화성시는 제암.고주리 학살사건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제를 열었다. 추모제에는 화성시와 비슷한 학살의 아픔을 가진 프랑스 오라두시와 필리핀 마닐라시의 대표단이 함께했다. 화성시는 그 자리를 빌려 여러 도시들과 함께 평화를 지켜내는 ‘세계 평화의 도시’로 거듭나겠다고 선포했다.

그리고 올 4월 15일, 다시 열린 제암·고주리 학살사건 희생자 추모제에는 세계 평화연대 메모리 오브 시티 의장도시인 프랑스 던케르크시 대표단과 제암리와 같은 학살의 아픔을 가진 체코 리디체시 대표단이 참석했다.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겠다며 뜻을 같이했다.

다가오는 2019년, 3.1운동 100주년에는 세계 평화포럼을 열 예정이다. 세계인들이 화성에 모여 평화를 논하고 평화의 가치에 주목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부디,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더 이상 없도록 화성시가 내딛는 평화의 발걸음에 많은 이들이 동행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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