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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효도 관광

 

비행기가 이룩을 하고 나니 행여 늦을까 첫새벽부터 서둘러 공항에 나와서 수속을 밟고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지루하게 기다렸다. 그러나 지루한 시간들을 보상이라도 해주는 듯 비행기 창 아래로 보이는 풍경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한참을 날아가니 기장의 안내 방송이 나온다. 이 비행기는 지금 지상 10킬로 상공을 날고 있고 아래 보이는 곳은 부산의 모습이며 앞으로 4시간 반 정도 비행을 하여 목적지 괌에 도착한다고 안내 방송을 한다.

아름다운 육지의 모습도 잠깐이고 태평양 상공에 들어서자 구름이 아니면 망망대해만 보이는 것이 아무리 내려다봐도 지나가는 배 한 척 보기가 힘들고 몸은 점점 비틀리고… 좁은 공간에서 이렇게 긴 시간을 가야 한다는 것이 보통 인내심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비행거리를 치면 약 사천 킬로미터 정도 된다던데 ‘그렇다면 미국 본토나 유럽을 여행하려면 도대체 비행기를 몇 시간을 타야 되는 거야’ 하는 생각에 ‘아이고 빨리 남북통일이 되어서 기차로 쉬엄쉬엄 이동을 해야지’ 하는 생각까지 든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은 몇 번 다녀보았지만 다섯 시간이 넘는 비행기 탑승은 처음이라 실은 ‘이제 제대로 해외 나들이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또한 이름하여 효도 관광이니 마음이 설레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환갑을 맞이한 아내 덕에 말로만 들어오던 괌이란 곳을 다녀왔다. 아내 덕이라 했지만 실은 자식들 덕에 다녀온 여행이고 단둘이 다녀온 여행이 아닌 두 아들 내외와 이제 돌이 열흘도 채 안 남은 손자까지 일곱 명이 다녀온 여행이었다. 그래서 효도 관광은 내가 이 글을 쓰기 위해서 붙여본 말이고 가족여행이었다.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패키지여행 상품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만의 여행이라 시간적으로 쫓기지 않아 좋았으며 음식도 마음대로 골라서 먹으러 다닐 수 있었다. 관광지 관람이나 물놀이 또한 무척 여유롭게 다니고 숙소 또한 호텔이나 콘도가 아닌 개별 단독형 숙박업소인데 무척 넓고 쾌적한 것이 우리 가족이 머물기에는 좋았다. 특히나 어린아이가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주변 사람 신경을 안 써도 되어서 좋았다.

여행은 괌으로 갔지만 사실은 이번 여행에서 얻은 것은 가족의 재발견이었다. 그런 것들은 풍광을 보면서 얻어지는 것보다 함께 움직이고 생활하는 과정 중에서 얻어지는 것들이었다. 마냥 어리게만 보고 세상을 잘 살아 나갈까 했던 자식들이 이제 우리가 신경하나 안 써도 척척 알아서 모든 일처리를 해나가는 것을 보면서 자식들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구나, 우리 걱정이나 하면 되겠구나, 어느새 아이들도 한 가정의 가장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사회생활도 자기들 나름대로 잘 해가고 있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특히나 회갑이라는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하는 여행이 단순히 효도관광이라는 이름으로 그저 ‘자식들 덕에 구경을 잘했구나’가 아닌 가족들과 함께 하는 여행으로 꾸며보면 가족들의 재발견은 물론이고 ‘세상에 잘 적응하고 있는 자식들 걱정은 풀어놓아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수명이 현저히 길어져 살아야 할 날들이 많이 남은 부모 세대들도 남은 인생 또한 새롭게 그려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기에 그간 알고 있었던 효도 관광의 의미보다는 새로운 가족관계 정립의 계기가 되는 가족 여행으로 의미있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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