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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어머니, 그 고귀한 이름

 

마음 저편에 묻어 두었다가 5월이면 더 생각난다.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더 고맙고 감사한 마음 저리는 말이 어머니이다.

자신도 모르게 자식들에게 하고 있는 행동을 보면 언젠가 경험한 익숙한 모습을 발견 한다. 그건 젊은 시절의 내 어머니의 모습이다. 부모 노릇도 학습이 되어지나 보다.

자손 귀한 집안으로 시집와서 내리 딸만 4명를 낳으면서도 어머니는 돌아서 또 아이를 낳을 결심을 했다. 결국 아들 2명을 더 낳아 우리집은 4녀 2남이 되었다. 아버지는 자식들 교육에 힘쓰고 솜씨 좋은 어머니는 하루종일 쉬지 않고 아롱다롱이 자식들 건강을 보살폈다.

자존심 강하고 섬세한 딸들의 요구를 하나씩 채워주면서도 아침에 눈떠보면 어머니가 밤새 뜬 빨간 털실 쇼파 커버로 거실은 변해 있었다. 겨울에 만두를 한소쿠리 가득 만들어 쪄서 얼리는 모습을 보면 왜 그렇게 많이 만드냐고 짜증을 내었지만 결국 그 만두는 찌고 튀기고 끓여서 우리 형제의 간식이 되었다. 그래도 큰딸 만큼 대접도 못받고 동생들에게 양보해야 나는 언제나 혼자 자신을 챙긴다고 생각했다. 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하기에는 어머니는 늘 바빴고 저 멀리 있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시절 밤새워 그림을 그리면 어머니는 잠도 안자고 물통을 바꿔주곤 했다. 졸업 작품을 보리를 택하여 그림 그릴 때 보리 한번 못 본 딸을 위해 청보리를 꺽어다 방안 가득 달아리에 넣어서 그 보리가 변화되는 모습을 보게 하였다. 자식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어머니는 그렇게 우리들 곁에 있었다.

자아성취가 강한 자식들이 인생의 어려움 앞에서 좌절하여 슬피 울 때 어머니는 더 맛있는 음식을 해먹이며 한명 한명 세월의 강을 두손 잡고 건너게 하였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 밥통의 밥을 다먹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너무나 겁났던 일도 기억난다. 아마도 슬픔을 이기고 남은 자식을 잘 챙기라 결심하던 어머니의 마음을 그렇게 표현한 것을 어머니 나이가 되어서야 이해가 되었다. 언제나 맛있는 밥상을 장만해놓고 자식들을 먼저 먹게 하고 어머니는 나중에 자식들이 남긴 것을 드시는 걸 보면서 당연히 여긴 철없음은 그건 음식을 하고 지쳐서 금방 드시지 못한 것임을 요즘에야 이해했다. 시집 가서 직장 생활하는 딸에게 철철히 해서 보내 주는 음식도 집안 내력이 아니라 어머니의 애처러운 사랑이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내리 사랑이라고 했던가.

딸들이 하나씩 자기길을 찾아 어머니 곁을 떠나도 어머니의 기도는 지금도 계속된다. 85세에도 총기가 좋으신 당신은 이제 다리가 아파 잘 걷지 못해도 자식과 손주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려고 하신다. 기회가 없어서 참고 계실 뿐이다.

어머니처럼 30년 넘는 교직 생활속에서도 자식 일은 무엇보다 최우선에 놓았다. 같이 울고 웃으며 한고비 한고비 넘길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혹시 내가 일하는게 자식에게 해가 될까봐 숨죽이며 모든 것을 살얼음 걷는 걸음으로 살아왔다. 최근까지도 우리보다 훨씬 어려운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딸과 아들의 좌절과 성공을 지켜보며 눈물은 삼켜야 했다. 그리고 진정 어머니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이제 아들은 자기의 세계로 떠났다. 힘들지만 무사히 인생길에 안착할 것이라 믿는다.

남은 것은 딸에게 힘이 되는 것이다. 나보다 훨씬 섬세하고 성향이 부드러운 딸이라 예술적 감각이 좋고 전공 단어가 많은 한국전통염색 강의도 영어로 가능하다. 나의 모든 일과는 딸에게 맞춰져 있다. 함께 밥먹고 함께 움직이며 딸의 일거수을 관찰하며 건강을 보살핀다. 그리고 사이사이 미술작업을 진행하며 그림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지치고 힘들 때도 있지만 지나고나니 그래도 너희들 키웠던 그때가 재미있었다라고 말한 어머니를 생각한다. 어머니처럼 나도 자식의 손을 잡고 인생을 이겨내게 할 것라고 스스로에게 격려한다. 그리고 딸에게 마음 속으로 말한다. 너도 언제가 지금의 엄마가 기억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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