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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인하대로 번진 한진의 갑질

최근 한진그룹의 갑질경영 문제가 인하대학교로 확산되고 있다. 인하대는 최순자 총장이 학교 돈을 부실채권에 투자해 수 십억원을 날린 사실이 교육부 조사에서 드러나 지난 1월 해임됐다. 5개월 간 총장이 공석이어서 안팎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시민단체인 인천평화복지연대와 인하대 총학생회 동문협의회는 8일 대학 후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진그룹의 인하대 지배구조 청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한진그룹의 ‘갑질경영’은 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도 똑같이 자행됐다”며 “제 입맛에 맞는 총장 선임과 이사회의 과도한 학교 경영 간섭,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부정편입학 등 갑질과 부정이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인하대는 국내 10대 명문 사립대학의 하나로 지난 1954년 하와이 동포들의 기금을 바탕으로 설립된 이후 1960년대부터 박정희 대통령의 권유로 한진그룹 창업주 조중훈 이사장이 학교경영을 맡아왔다. 지금은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으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이사장으로, 그의 아들인 조 사장이 이사로 있다. 조 사장은 미국에서 공부하다가 1998년 인하대 3학년으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학점이 기준에 미달인데도 부정 편입학한 사실이 교육부 특별감사에서 드러나 관련 교직원이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는 인하대 학생, 교수, 교직원, 총동창회가 참여하는 대책기구를 구성해 한진그룹에 의한 지배구조가 청산되도록 공영형 사립대 등 새로운 대학 운영 방안을 모색하기로 한 것이다.

재벌들의 학교운영 간섭과 갑질이 어디 인하대뿐이겠는가. 우리나라의 사립대 비중은 80%에 이르러 전 세계 최고다. 대학교육이 사학 중심이다 보니 자연스레 교피아도 양산되고 족벌경영으로 온갖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경우를 언론을 통해 심심찮게 보아왔다. 사립학교법을 보면 거의 모든 권한이 이사회에 집중돼 족벌사학을 손대기 어렵다. 교수와 학생 중심의 학문공동체이어야 함에도 이들은 대학 운영에 철저하게 배제돼 있는 기형적인 대학구조에서 이같은 문제들이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은 학문과 지성의 전당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학들이 학교법인 이사장과 학교 측이 불화를 빚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서류를 집어던지고 폭언을 퍼붓자 모멸감에 그만둔 총장이 있는 등 최근 10여 년간 총장들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재벌과 대학경영의 바람직한 관계설정 그리고 그 역할에 대해 고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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