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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희의 미술이야기]등장인물들의 진정성에 대하여, 에두아르 마네

 

1863년작 <올랭피아>는 우리가 ‘마네’라고 하면 으레 반항적이고 저돌적인 화가라고 여기게 한 원인을 제공한 작품들 중 하나이다. 여전히 많은 논평들은 이 작품이 그 당시 일으켰던 사회적 파장을 열심히 환기시키고 있다. 작품의 모델은 빅토린 뫼랑이라는 이름의 여인이었다. <풀밭위의 점심식사>(1863)에 나오는 화면 정중앙의 나체 여인도 그녀의 모습이며 <철로에서>(1872)라는 작품 속에서 검은 원피스를 입고 책을 읽으며 아이와 함께 있는 여인의 모습도 그녀이다. 당시 마네는 전문적인 직업 모델들과 일을 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아카데미 화풍의 관습이 몸에 배어 있어 포즈를 취할 때 마네의 요구사항을 잘 들어주지 않았고, 작품이 끝까지 완성될 때까지 포즈를 취해야 하는 이유를 잘 이해해주지 않았다.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그리고자 원했던 마네에게 매우 곤란한 일이었다. 그러나 마네는 빅토린 뫼랑이라는 좋은 모델을 만나 매우 흡족해했다. 화제의 인물 <올랭피아> 속 여인은 왠지 모르게 친근하면서도 속 깊은 매력도 지니고 있었다.

세련된 도시의 신사라면 아리따운 젊은 애인 하나쯤은 당연하다고 여기던 시절이었다. 카페나 댄스홀에서도 매춘의 공간을 따로 두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막상 주변에서 접촉했을 법한 여인이 커다란 액자에 결박되어 전람회장에 떡 하니 걸려있는걸 보았을 때 이들은 적잖이 당황했다. 지금까지 봐왔던 캔버스 속의 여인이란 같은 도시 안에서 함께 숨 쉬며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아닌, 좀 더 거리감 있고 전형적인 인물들, 이를테면 정말로 정숙하거나, 아니면 정말로 품위 있거나, 아니면 정말로 요염한 여인들이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스캔들 속에서도 이 작품은 살롱전에서 입선을 했다. 오늘날의 우리들은 살롱전에서 일으켰던 파문들로 인해 그를 이단적이고 반항적인 예술가로 기억하곤 하지만 마네는 화가로서의 성공을 꿈꾸며 꾸준히 살롱전에 출품했던 작가였다. 마네는 부유하고 유력한 가문의 태생으로서, 파리의 사교계에서 활동하기에 좋은 배경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부모는 그가 학업에 열중해 법률가가 되어주기를 바랬지만, 너무나 산만했던 마네였기에 일찍부터 그 꿈을 포기해 버렸다. 견습 수병으로 경력을 쌓은 뒤 육군사관학교에라도 입학하기를 바랐지만 배를 타고 다니면서 그림에만 열중했다. 부모도 결국 아들의 의지를 더는 꺾을 수 없었다. 이왕 화가의 길로 들어섰으니 아름답고 정상적인(?) 그림으로 성공하면 좋으련만, 살롱전에 출품할 때마다 엄청난 스캔들을 일으키며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곤 했으니 부모는 속이 탔을 것이다.

<스페인 가수>(1860), <버찌를 든 소년>(1859)과 같은 작품을 보면 그가 반항적이기 보다는 오히려 천진난만하고 다정했던 인물이 아니었나 싶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그 당시 관객들은 우리 주변에서 항상 보암직한 인물들을 그림으로 접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쿠르베의 영향을 받았던 마네는 실제로 자신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을 그려야 옳다고 여겼다. 그는 자신이 곁에 두고 있는 어린 하인, 박물관 근처에서 압생트를 마시고 있는 고물상인, 거리의 악사 등 애정이 가는 주변 인물들을 열심히도 그렸다. 전업화가로서의 뜻을 부모에게 어렵사리 인정받고 들어갔던 쿠튀르의 화실에서도 그는 스승의 뜻을 거스르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유분방하게 행동했다. 밝고 충만한 햇살을 표현하기도 바빴건만, 햇살이 아주 조금만 스며들 뿐인 답답한 화실이 감옥 같다며 박차고 나오기도 여러 번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관습적인 회화를 반복하느니 루브르를 찾아가 오랜 스승을 직접 만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여겼다.

살롱전에서 패배하기를 몇 번 하다, 드디어 지지자가 나타난다. 모두가 그의 작품을 천박하고 상스럽다며 비난하고 있을 때, 대중들로부터 명망을 얻고 있었던 소설가 에밀 졸라가 마네를 열렬히 지지하는 글을 발표했던 것이다. 에밀 졸라의 소설 속 인물들은 직접 보고 듣고 관찰한 실제 인물과 같은 생동감을 지니고 있어 독자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끌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졸라는 회화 속 인물들이 그러한 현실성과 진정성을 지니고 있어야 생각했다. 이로 말미암아 두 사람은 돈독한 우정을 지니게 되었고, 마네는 조금씩 세상으로부터 이해를 받게 된다. 하지만 마네가 몰두하고 있었던 진실한 시각의 세계를 졸라 역시 다는 이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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