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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문학]디지털 사다리와 아날로그 해자

 

4차 산업혁명기라는 말이 등장하지 않았던 디지털 혁명 초기에 SNS로 사진을 공유하는 인스타그램이 구글에 인수되었는데, 그 무렵 전통 필름카메라의 막강한 공급처였던 코닥은 망해가고 있었다. 당시 두 기업의 직원들 숫자는 필자 뇌리에 깊이 남아있는데, 인스타그램은 14명에 불과했고 코닥은 14만 명으로 만 배 차이였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이 전 세계인의 이미지 놀이동산이 된 이유는 ‘디지털 사다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사다리는 흔히 ICBM+AV이다. 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그리고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이다. 디지털 사다리는 철옹성처럼 견고하고 바벨탑처럼 거대한 기업들의 진입장벽을 짧은 기간에 무너뜨리고 있다. 소형 핵탄두와 결합한 미사일 ICBM은 상호 확증파괴의 공포를 유발하기에 역설적으로 평화를 유지하는 힘이 되고 있지만 모바일 ICBM은 무섭게 다른 국가와 대륙을 침투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 O2O 모두를 장악하고 있다.

최근 ICBM과 핵실험을 하고 있는 북한의 문제는 공포의 균형을 깨는 일이기에 이처럼 소란하지만 무언가 균형점을 찾으면 잠잠해질 것이다. 그러나 ICBM+AV의 전쟁은 마지막 최강자가 남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두 종류의 ICBM은 그 힘이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차이점이라면 미사일 ICBM은 생명체를 죽이고 모바일 ICBM은 중소기업을 죽인다. 4차 산업혁명기 디지털 사다리는 중소기업의 허술한 진입장벽을 너무나 쉽게 넘어버린다.

중소기업은 사람들의 지갑에서 몇 만 원을 소비하게 하지만 플랫폼 기업은 수많은 유저들의 지갑에 있는 동전도 지폐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관심을 끌 뿐이다. 일명 공짜경제를 사용한다. 관심을 더 끌기 위해서 손해를 보면서 기기, 기계를 보급하기도 한다. 이후 세계인을 영원한 유저로 만들어 간다. 온라인에서 유저들을 묶어두기 위해 오프라인에서의 편리함과 손해되는 가성비를 연출한다.

산성이 많은 우리나라 사극에서 공성전이 벌어지면 긴 사다리를 성벽에 기대고 용감한 병사들이 화살을 피하며 오르는 장면이 기억날 것이다. 디지털 사다리는 국경을 넘고 중소기업들의 영역을 흡수하는 무기이다. 사다리는 출세의 도구로도 비유된다. 최근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구독자들을 모아서 광고료로 수백 수천에서 몇 억 이상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디지털 사다리를 잘 활용하고 있다.

필자도 최근 유튜브 구독자가 4천명을 넘으면서 구독자들이 강의요청을 하고 그림을 구매한다. 광고를 붙이지 않더라도 상당한 수익을 얻고 있다. 디지털 사다리는 이렇게 거대 플랫폼 기업과 영리한 개인 유저들에게는 힘과 권력, 이익을 준다. 하지만 언론사나 중소기업들은 플랫폼 기업에게는 가격과 마케팅에서 밀리고 소비자들을 잃어가면서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요즘 잡지사와 신문사는 광고주를 꾸준히 잃고 있어서 막바지 지면장사에 바쁘다.

주로 평지인 유럽의 공성전에서는 성 주변을 둘러싼 해자가 등장한다. 해자는 깊은 물이 흐르거나 늪지대로 둘러진 성 주변의 진흙 밭이다. 성벽에 오르기 전에 익사하거나 늪에 발이 빠져서 움직이지 못하고 화살을 맞도록 하는 효과적인 방어막이다. 미사일 ICBM을 막는 사드와 같은 미사일디펜스 MD 시스템이 있다. 그런데 모바일 ICBM 플랫폼 쓰나미를 막는 모바일디펜스 MD 해자는 어떤 것들일까? 그 해자는 시간의 축적, 경험, 브랜드, 물질, 자연과 5감을 풍부하게 자극하는 감각적 환경 그리고 연대와 협력 등이다. 이를 통틀어 ‘아날로그 해자’라고 부른다.

‘플랫폼 제국의 미래’ 저자 ‘스콧 갤러웨이’는 국내 기업들이 전략적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플랫폼 기업에 대비하라고 충고한다. 디테일도 없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시간의 축적과 경험은 브랜드와 물질과 자연과 환경을 5감이 풍부한 감각적 자극으로 구성하게 된다. 각각의 중소기업들은 덕후기업이 되어야 하고 이후 연대와 협력으로 소비자들의 가심비를 사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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