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유산여행]경주 분황사 여행

 

 

 

계절의 여왕 5월이 시작되었다. 여기저기 꽃들이 피고 지며 하루하루 나뭇잎이 무성해지는 계절이다. 계절에도 여왕이 있듯이 역사상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이 있었다. 바로 신라 선덕여왕이다. 오늘은 선덕여왕의 흔적을 따라 분황사로 여행을 떠나보자.

분황사는 신라 최초의 여왕 선덕여왕이 세운 절이다. 그런데 다른 절과는 달리 분황사의 이름이 아주 독특하다. 분황사는 ‘향기로운 황제의 절’이라는 뜻이다. 보통 일반사찰이 불교의 교리를 사찰의 이름으로 짓는 데 비해 그 뜻이 사뭇 다르다.

여기서 ‘황제’는 선덕여왕이리라. 그런데 ‘황제’라는 단어 앞에 ‘향기로운’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왜일까? 어쩌면 당태종의 모란꽃 그림에 관한 일화와 관련이 있지는 않을까?

당태종은 선덕여왕에게 나비가 없는 모란꽃 그림을 선물로 보내왔다. 그런데 선덕여왕은 모란꽃 그림에 나비가 없는 것을 보고 당태종이 자신을 향기 없는 여자에 빗대어 조롱한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실려 있다. 하지만 모란꽃은 향기가 있는 꽃이어서 당태종의 모란꽃 그림에 대한 선덕여왕의 판단은 오해였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분황사’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분황사 석탑이다. 흔히들 이 탑을 분황사 모전석탑이라고 부른다. 전탑을 모방한 석탑이라는 의미이다. 분황사 석탑은 신라석탑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돌을 벽돌처럼 잘라서 쌓은 것이 특이하다. 그런 희귀성 때문인지 이 석탑은 1960년대에 국보로 지정되었다. 현재는 3층으로 되어 있으나 원래는 9층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탑의 문 양쪽에는 금강역사가 지키고 있으며, 탑을 둘러싼 네 귀퉁이에는 각각 동물상이 한 마리씩 자리하고 있다.

이 분황사에는 유명한 승려들이 많이 머물렀다. 당나라에서 계율을 공부했던 자장이 분황사에 머물며 극진한 대우를 받았다. 자장은 황룡사 9층 목탑을 세울 것을 건의한 분이다.

요석공주와 사랑에 빠졌던 원효대사도 여기에 머물렀다. 분황사를 좋아했던 원효는 이 곳에서 거주하며 저술활동을 했는데 이곳에서 탄생한 그의 책이 바로 ‘화엄경소’이다. 말년을 이곳에서 보낸 원효는 죽음도 이곳에서 맞이했다. 그의 아들 설총이 원효의 유골을 부수어 소상(진흙을 빚어 만든 상)을 만들어 분황사에 모셨는데, 어느 날 불공을 드리다 얼굴을 들어보니 소상이 고개를 들어 설총을 봤다는 전설이 있다.

분황사 한 켠에는 원효의 비가 꽂혀 있던 받침대가 있다. 비석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받침대만 남아 있다. 고려의 숙종이 원효대사를 기리는 비가 하나도 없음을 안타까워하면서 시호를 내리고 비석을 세우도록 명령했다. 이 때 원효가 받은 시호가 ‘대성화쟁국사’였다.

비석받침은 추사 김정희가 발견하였는데 비석받침에는 추사 김정희가 쓴 ‘차신라화쟁국사비적’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것이 화쟁국사의 비석이 있던 흔적’이라는 뜻이다. 매월당 김시습은 이 비를 보고 ‘무쟁비’라는 시를 지은 것으로 보아 15세기말까지는 비석이 남아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분황사에는 삼룡변어정이라는 우물이 하나 있다. 신라시대의 우물로, 이 우물에는 원성왕 11년에 당나라 사신이 강릉 사람 2명과 함께 분황사 우물의 호국룡 3마리를 물고기로 변하게 하여 훔쳐가는 것을 원성왕이 직접 쫒아가서 찾아왔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분황사 입구 주변에는 당간지주가 하나 보인다. 옛날 절에서 당이라는 깃발을 달았던 깃대를 당간이라고 하는데, 이 당간을 고정시키기 위해 양 옆에 세운 돌기둥을 당간지주라고 한다. 분황사 소유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당간지주는 받침돌이 돌거북이다. 당간의 받침돌로 돌거북을 배치한 것은 당간지주에서는 흔히 찾아 볼 수 없는 귀한 경우이다.

분황사는 조용히 혼자 찾기에 좋은 곳이다. 5월의 분주함에서 잠시 벗어나 이곳에서 선덕여왕과 사색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