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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품출어인품(詩品出於人品). “말은 곧 말한 이의 인격 그 자체”라는 의미다. 좋은 말을 하는 이는 선하게 보이고, 나쁜 말을 하는 이는 악하게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정치인이 되면 더욱 그렇다.

1789년 프랑스 혁명 때 급진 공화파를 이끈 자크 에베르라는 선동가형 정치인이 있었다. 그는 중하층 시민들을 혁명에 가담시키기 위해 글을 ‘무기’로 삼았다. 그리고 두 가지 글쓰기 원칙을 세웠다. 첫 문장을 막말과 욕설로 시작하고, 중하층 시민들도 별 어려움 없이 신문을 읽을 수 있도록 쉬운 단어와 단문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의 시도는 적중했다. 후세 문예 비평가 들은 “거친 말들은 주위를 환기시켰고, 선동적인 단문은 대중을 파고들었다”고 평가했다. 그의 단문체는 이후 정치 선동 선전 글의 대표적 형식이 됐다. ‘막말 정치’의 대가라는 별명을 얻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때 에베르를 연구 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뒤 트럼프의 ‘막말 정치’는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고도로 기획된 ‘전략’의 일환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우리 정치인 중 유독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막말 사례는 다른 정치인에 비해 압도적이다. 워낙 발언이 매번 수위를 넘다 보니 이젠 웬만한 막말은 관심도 끌지 못할 정도다. 최근엔 페이스북에 “가짜 나라, 가짜 언론, 가짜 여론이 판치는 괴벨스 공화국” “민주당에서 드루킹을 ‘파리’라고 했는데, 드루킹의 도움을 받아 대통령이 된 사람은 ‘왕파리’”라는 표현까지 썼다.

네거티브를 하지 않고 정책선거를 하겠다고 공언했던 경기도지사 후보들 간의 막말도 예사롭지 않다. 상대방에게 “쌍욕을 하는 사람” “자식 건사나 잘하지” “도긴개긴 아니겠는가”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꾸짖는다” 거기에 “선거판 자체를 분탕질을 하겠다는 치졸한 술수”라는 막말까지 등장하고 있어서다. 정책은 실종되고 험담만 오가는 추한 말들이 비 온 뒤 흙탕물처럼 선거판에 넘치는 게 요즘이다.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는 듯.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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