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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바람의 뼈

바람의 뼈

                                      /천수호

시속 백 킬로미터의 자동차

창밖으로 손 내밀면

병아리 한 마리를 물커덩 움켜쥐었을 때 그 느낌

바람의 살점이 오동통 손바닥 안에 만져진다

오물락 조물락 만지작거리면

바람의 뼈가 오드득 빠드득

흰 눈 뭉치는 소리를 낸다

저렇듯 살을 붙여가며

풀이며 꽃이며 나무를 만들어갈 때

아득바득 눈 뭉치는 소리가 사방천지 숲을 이룬다

바람의 뼈가 걸어나간 나뭇가지 위에

얼키설키 지은 까치집 하나

뼛속에 살을 키우는 저 집 안에서 들려오는

눈보다 더 단단히 뭉쳐지는 그 무엇의 소리

 

 

 

 

누구나 달리는 차 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본 적 있을 것이다. 이 시의 화자는 “병아리 한 마리를 물커덩 움켜쥐었을 때 그 느낌”이라는 아주 감각적인 발상을 한다. “오물락 조물락 만지작거리”면 “바람의 뼈”가 지나친 “나뭇가지 위에” “얼키설키 지은 까치집 하나”가 된다. 이처럼 새의 이미지로 변주되어 대상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이 이입되고 질주하는 자동차라는 공간과 차창 밖으로 휙 스치는 시간의 주변 풍경들이 함께 한다. 더 나아가 “그 무엇의 소리”가 함께 하면서 교감을 나눈다. 비록 “얼키설키 지은 까치집 하나”이지만 화자는 소통을 소망하고 있는 것이다. /박수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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