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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백령도를 가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에 속하며 우리나라 섬 중 가장 서쪽에 위치하는 섬으로 14번째 큰 섬이었으나 바다를 메워 백만 평 정도의 땅이 생기면서 현재는 여덟 번째 큰 섬이 되었다고 한다. 날씨가 좋으면 북녘 땅이 보일만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섬으로 군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섬이기도 하다.

인천항을 출발해서 소청도와 대청도를 거쳐 백령도까지 3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짙은 안개로 걱정이 됐지만 백령도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컸다. 여행은 좋은 장소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여행하는가에 따라 여행의 기쁨과 즐거움이 다르다.

이번 여행은 부부 사십여 명이 함께 한 여행이다. 남편 동창들 부부와 함께 나서다보니 할 말도 많고 웃음도 많다. 별거 아닌 말에도 웃고 떠들고 즐기다보니 훌쩍 시간이 지나 백령도 도착이다. 백령도에 들어서니 ‘신이 남기고 간 한 편의 작품 같은 섬, 통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지는 곳 서해의 종착역 백령도입니다’라고 쓰인 글귀가 발길을 세웠다.

백령도는 군사적요충지이기도 하지만 비경이 빼어난 곳이다. 장군머리와 같은 형상이라 두무진이라 불렀다는 이곳을 유람선으로 관광했다. 수억 년 동안 파도에 의해서 이루어진 기암괴석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아름다운 풍경은 눈에 담는 것이 제일이라지만 혹여 놓칠세라 동영상을 찍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탄성을 자아냈다.

병풍처럼 깎아지른 듯 웅장하고 때론 섬세하고 동물의 형상을 담기도 한 바위들. 자연이 빚어놓은 선물에 인간이 주석을 달았겠지만 그럴싸한 사연들과 이름으로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신비의 해안 사곶 해변을 버스로 달렸다. 전 세계에 두 곳밖에 없다는 규조토 해변으로 비행기 이착륙이 가능할 정도로 단단한 모래해변이다. 한참을 달린 버스는 우리를 모래사장에 내려놨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모래사장에 우산을 쓰고 걷다보니 운치도 있고 연애할 때처럼 기분이 묘해 슬쩍 손을 잡아 보기도 한다.

콩돌 해안은 돌이 콩알처럼 작고 알록달록해서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탄이 절로 난다. 파도에 쓸릴 때마다 돌 부딪는 소리가 천상의 화음을 들려준다고 한다. 모난데 없이 동글동글한 돌들 우리네 삶도 얼마나 세파에 다져져야 저처럼 둥글게 그리고 맑고 깨끗한 소리를 내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백령도는 먹거리가 풍족하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섬이다. 해삼과 약쑥 그리고 까나리액젓이 유명한 곳이다. 바다이면서 해산물이 그리 풍족하지는 않은 걸 보면 밭농사에 주력하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섬들을 여행하지만 백령도처럼 어떤 의미와 긴장감을 느끼며 여행하기는 드물다. 물론 북한과 가깝게 있기도 하고 천안함 사건으로 장병 46인이 순국한 곳이라 더 비장한 마음이 든다. 46용사 위령탑에 국화를 헌화하며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젊은 영웅들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그들의 혼이 바다를 지키고 나라를 지킬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에 숙연해졌다.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올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요즘이다.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로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는 일은 없어야겠다. 이번 백령도 여행은 많은 의미와 기대를 담고 행장을 꾸렸다. 짙은 안개로 북녘 땅을 못 본 것이 아쉬웠지만 이 땅에 긴장이 해소되고 평화가 깃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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