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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박지웅

문상객 사이에 사흘이 앉아 있다

누구도 고인과의 관계를 묻지않는다

누구 피붙이 살붙이 같은 사흘이

있는 듯 없는 듯 떨어져 있다

눈코입귀가 눌린 사람들이

거울에 납작하게 붙어 편육을 먹는다

사흘이 빈소 돌며 잔을 채운다

국과 밥을 받아놓고 먹는 듯 마는 듯

상주가 사흘을 붙잡고 흐느낀다

사흘은 가만히 사흘 밤낮 안아준다

죽은 뒤에 생기는 사흘이라는 품

사흘 뒤 종이신 신고

불속으로 들어가는 사흘이 있다

 

 

 

사흘이란, 장례 절차의 한시적 시간이다. 그 사흘 동안 망자는 이승으로부터 영원히 떠날 준비를 하고 남은 사람들은 망자를 떠나보내기 위해 동분서주 마지막 절차를 거쳐야 한다. 어쩌면 생과 사를 가르는 이 사흘이 얼마나 엄숙한 기간인지를 환기시키는 시다. 필시 사흘을 거쳐야하는, 누구라도 부닥쳤을 장례식장의 풍경이지만 나에겐 피붙이의 죽음을 앞에 놓고도 편육을 먹고 육개장에 밥 말아먹고 상주와 조문객 사이의 의례적인 인사가 오가는 것이 얼마나 낯설었던가. 참척의 슬픔 속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행해야 하는 그러한 행위가 이해되지 않던 때 있었지. 영과 육, 삶과 죽음의 괴리에서 오는 생경한 느낌들로 잠 못 이루며 형이하학으로부터 형이상학적인 의문으로 괴로워하던 때 있었지. 이제는 그나마 익숙해져서 조문 후 퍼질러 앉아 뚝딱 밥 한 그릇 잘도 해치우는 것은 살아온 세월의 더께 아니겠는가. 그러나 아무리 죽음도 다반사가 되고 생자필멸의 도리를 아우른다 해도 그때마다 새로워지는 이 ‘사흘’ 앞에선 또 새삼 숙연해지는 것이다. 종이신 신고 불 속으로 들어가는 ‘사흘’이기 때문이다.

/이정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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