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2
/박정원
비운다지만
비우지 못한 것들만 팔랑거린다
구석으로 몰릴 처지에 다다라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구나
비웠다는 숲이 왜 다시 꽉 차 있는지
삭정이 하나 떨어뜨리면 또 하나의 삭정이가 왜 매달리는지
썩고 뭉그러진 것들이 쌓이고 쌓여 왜 산이 되고 마침내 별똥별로 떠돌게 되는지
숨어 사는 바람처럼 왜 예상치 못하게 여기저기서 옥죄어 오는지를
그곳이 바로 내가 갇힌 숲
내 숲의 철창을 하나씩 하나씩 떼어내본다
언제부터 내 껍데기에 자리 잡은 지를
왜 청국장 같은 생각들이 전혀 삭혀지지 않는지를
안다고 하지만
알지 못하는 것들로 더욱 빼곡한 숲
- ‘시와 소금’ / 2017년 가을호
나도 모르게 구석으로 몰릴 때가 있다. 아무런 이유도 모르고 그러한 처지가 되는 것은 매우 당혹스럽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러한 일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짚어보게 된다. 그리고 결국 모든 일은 타인이 아닌 나로 인한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나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 내가 나를 안다고 하지만 알지 못하는 것들로 빼곡한 숲을 본다. 그곳은 바로 내 자신이 갇힌 숲이자 속히 벗어나야 할 내 안의 철창이다. 사람과 사람 속에서 많은 일들을 하며 한번쯤 직면하게 되는, 전혀 삭혀지지 않은 청국장 같은 그 생각들. 삭정이 하나 떨어뜨리면 또 하나의 삭정이가 매달리는 것처럼, 비우고 비워도, 넓어지고 넓어졌다 하여도 다시 좁아지는 마음의 숲. 이토록 우리의 마음자락을 다스리는 일은 끝이 없다. /서정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