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가정폭력 쉬쉬하며 넘어가기엔 중한 범죄
[열린광장]가정폭력 쉬쉬하며 넘어가기엔 중한 범죄
  • 경기신문
  • 승인 2018.05.24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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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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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현 인천남부경찰서 주안역지구대·순경

“남자가 소리치는 소리, 여자 울고 있음….”

필자가 경찰에 임용된 날 첫 야간근무 중에 접수된 112신고다.

언론에서만 접하던 가정폭력 사건은 멀게만 느껴졌는데 실무로 나와 신고처리를 하다 보니 예상외로 사건이 많고 쉬쉬하며 넘어가기에는 재발가능성이 많아 중한 범죄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가정폭력 사건은 2015년 1만 1천908건, 2016년 1만 3천995건, 2017년 1만 4천707건으로 매년 1천건 이상 증가하는 추세이다.

가정폭력은 부모, 배우자, 자녀, 형제자매 등 가정구성원 사이에 일어나는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정서적인 상처를 주는 것, 원치 않는 성관계를 요구하는 것, 가족구성원을 위험한 상황에 방치하는 것 등 넓게는 자녀에게 죄책감이 들도록 유도하는 행동까지 포함하고 있다.

가정폭력 사건에 관하여는 가정의 평화를 회복하고 피해자와 가족 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1997년 제정된 ‘가정폭력처벌등에관한특례법’ 특칙이 적용된다.

이러한 법률에 의거하여 경찰에서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지원제도를 제공하고 있다.

우선, 112신고가 접수되면 현장경찰관이 신속하게 출동하여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최우선적으로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을 유도한다.

이 때 여성청소년계 수사관과 합동수사를 진행하여 전문성 있는 도움을 주고, 피해자가 노인이나 아동 등 사회적 약자인 경우 학대전담경찰관(APO)이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또한 현장에서 분리한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임시숙소를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다.

피해 직후 보복의 우려 등으로 임시 거처할 곳이 필요한 피해자들을 위해 노출되지 않는 장소를 제공하고 숙박비용을 지원한다.

추가적으로 1366센터와 연계해 가해자가 위치를 알 수 없는 보호시설에서 최대 2년 간 생활할 수 있는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별거중인 배우자나 전 배우자로부터 신변의 위험을 느끼는 경우 신변보호대상자 신청이 가능하다.

대상자로 등록되면 웨어러블 기기를 제공받아 위급상황시 경찰과 직통으로 연락이 가능하고, 평상시에도 지역경찰관이 신변보호대상자의 주거지 및 직장 주변을 지속적으로 순찰하며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는 등 적극적으로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법률과 지원제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KOSIS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실제 가정폭력상담소와 피해자보호시설, 1366 등 지원기관의 도움을 받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것은 51%에 지나지 않았다.

추산되지 않은 것을 포함하면 반 이상이 그냥 쉬쉬하면서 넘어가는 추세이다.

우리 지역 관서만 해도 한 달 평균 300건 신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중 코드원, 코드제로 사건이 다수이다.

가정폭력은 더 이상 개인의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폭력행위이며 범죄행위이다. 얼마 전 서울 관악구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사건도 살인으로까지 번진 만큼 가정의 일이라고 가볍게 넘어가서는 안된다.

또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만큼 자녀들에게까지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가정폭력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남 보기 부끄러우니깐 그냥 넘어가자’는 소극적인 생각보다는 적극적으로 112에 신고하여 지원기관과의 연계 및 지속적인 상담, 관리 등의 도움을 받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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